간호사 업무 영역 확대 의도...국민 건강·생명 위협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지도' 이중 잣대 허용 법안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간호·간병 의료기관 운영 목적
모자 안에는 보건의료인 삼키고 분해하려는 의도 감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화자는 정글의 모험을 깊이 생각하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 어른들에게 보여 주면서 그 그림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더니 어른들은 "왜 모자가 두렵냐는 거지?"라고 대답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법이라고 국민을 호도하는 모자 안에서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삼키고 소화시키는 보아뱀이 보이는 간호단독법이 두렵고 긴박하다.
2021년 3월 25일 김민석·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과 최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간호법에는 간호사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연숙 의원 발의안에는 지도라는 말이 아예 사라지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처방 또는 진단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한다고 되어있다.
보건복지부 주관하에 전문간호사업무범위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대한간호협회는 끈질기게 처방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넣어달라고 요구하였다.
지도는 같은 공간,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 일정 범위의 지휘·감독 관계를 전제로 사용하지만 처방은 직접적인 지도·감독 없이 독자적인 면허 범위 내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처방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른 약사의 의약품을 조제하는 행위로 약에 국한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간호사에게 오더(order)하는 것은 처방이 아니라 명령하다, 지시하다라는 의미이다.
간호법이라는 모자 안에 숨겨진 처방은 간호사들이 독자적인 업무 수행을 하겠다는 의도이며, 간호사의 본연의 업무인 진료보조는 안 하고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하겠다는 것이다.
진료(診療)의 사전적 의미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간호사가 간호법을 통해 의사로 둔갑하는 기상천외한 법이다. 간호법은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하에 독자적으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허용하여 간호사 업무 영역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삼켜버리는 무지막지한 법이다.
둘째,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호의 사전적 의미는 환자나 노약자를 보살피고 돌보는 것을 말하고 간호법에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교육, 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의 업무에 대한 지도라고 명시되어 있다.
의료현장에서 의사, 간호사가 꼭 붙어서 환자를 치료하고 간호하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의사가 환자 간호에 필요한 업무를 하게 되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을 요구하면서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를 지도할 수 있다는 이중적인 잣대를 법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상 시설장의 지휘하에 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으로 간호법에 포함되어야 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지도업무를 주장하는 것은 간호사들의 계략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셋째, 간호법 제정 이유로 인구 고령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감염병 대응 및 치료를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감염병 대응 및 치료는 간호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다양한 보건의료인의 협업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의료서비스이므로 간호법이 아닌 의료법에서 다루어야 한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는 간호법 모자 안의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망가지고 똥으로 나올 그림이 그려지리라 생각된다.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하에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를 지도하는 간호·간병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와 간호사만 할 수 있다는 간호업무를 하고 싶은 것이다.
넷째, 간호법에 간호사 등에 대한 임금과 근로조건 지침 마련, 일·가정 양립지원 규정 마련 및 의무규정,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항을 규정하고, 간호인력 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규정을 두고 있다.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은 간호사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인 모두에 해당한다. 간호법을 제정하면 다양한 직종이 단립법안을 요구할 것이다. 각각의 단독법은 해당 직역에 유리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고, 상호 업무범위의 충돌과 업무영역을 침탈하여 보건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궁극적으로 법이라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의 성격이 강하여 간호법 제정이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주는 달콤한 법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이 넘는 엄중한 시기에 간호사들은 국회 앞에서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해온 의료법을 폐기하고, 간호법을 제정하라는 상스러운 퍼포먼스 집회를 열었다.
대다수 간호사들은 환자 곁에서 온 힘을 다해 간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국민 건강은 뒷전인 대한간호협회 집행부가 장기 집권을 노리며 간호법 제정에 목메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대다수의 선진국이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OECD 38개국 중 간호단독법이 있는 나라는 11개국밖에 없다. 간호법 내용도 면허관리에 관한 것으로 우리나라 간호법처럼 간호사가 의사 역할을 하게 해달라거나 간호는 간호사 밖에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간호사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읍소하며 뒤집어 쓴 모자 안에는 열악한 대한민국 의료환경에서도 묵묵히 국민과 환자 곁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을 통째로 삼켜버리고, 분해하려는 감춰진 의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