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지정제→인증제 전환'...이미지·경쟁력 제고 및 지원 토대 마련
의료사고·과당경쟁·불법브로커·의료서비스 격차 등 문제 해결해야
임인년 새해 시행을 앞뒀거나,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확정 논의를 앞둔 법률안들이 적지 않다. 의료계는 각종 규제법안에 의해 처벌받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함과 동시에 합리적 개선을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수가체계 개편과 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관련 법률 논의도 예고되고 있다. [의협신문]은 올 한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률안, 그리고 모법 통과에 따라 하위법령 결정 과제가 남은 법률안들을 재조명해봤다.
<기획 순서> 올해 시행(중요사항 결정) 예정 법률안 짚어보기
①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병원계 '직격탄', 3년 뒤 개원가도 적용
②구멍 많은 응급의료법...응급환자 수용 거부? 인력·장비 부족은?
③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하위법령에 합리적 방안 담아야
④'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제도화?...코로나19 빌미로 대면진료 약화 우려
⑤지역의사제 도입, 가능한가?...정치권 책임성 보여야
⑥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강화...가깝고도 먼 얘기, 준비부터 철저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의료의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한 유치기관과 업계의 노력에도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유치기관과 업체들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지원 부족을 해당 분야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관련 학계 일각과 정부 및 연구기관에서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유치기관과 업체의 난립, 그리고 지나친 경쟁으로 의료서비스 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 만족도 격차가 크고, 종종 발생하는 의료사고 및 처리 미흡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재 시행 중인 '등록·지정제'를 '인증제'로 전환하는 등 관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실적 평가 등을 통한 선별·집중 지원 토대를 마련했다.
2018년까지 외국인환자 200만명 돌파...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감
지난 2019년 4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09년 9만명 수준이던 외국인환자 수는 2018년에는 23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 한 해에만 38만명의 외국인환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 환자가 전체의 31.2%인 11만 8310명을 차지했으며, 미국이 4만 5213명(11.9%), 일본이 4만 2563명(11.2%) 등으로 뒤를 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방문 환자의 수가 늘었으나, 증가세이던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국가 환자 수는 전년에 비해 소폭 줄었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통합진료를 이용한 환자가 약 9만명으로 전체의 19.4%를 차지했으며, 성형외과(14.4%), 피부과(13.7%), 검진센터(8.9%), 산부인과(5.3%) 순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해 피부과와 성형외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내과통합, 한방통합 진료를 이용한 환자 수는 늘었으나, 치과와 안과 진료 환자수는 다소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환자 10명 중 4명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방문한 외국인 환자의 37.5%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했으며, 종합병원(25%), 상급종합병원(21.3%), 병원(10.2%)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평가·지정제 '유명무실화'...관리 강화 요구 이어져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의 의료 질을 제고하기 위해 환자 안전보장, 감염관리, 외국어 지원 등 150여개 항목을 평가해 유치기관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평가·지정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재 등록된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1510곳 중 우수기관으로 지정된 유치기관은 한길안과병원(병원/인천), JK성형외과의원(의원/서울), 김병준레다스흉부외과의원(의원/부산), 남촌의료재단 시화병원(종합병원/경기), 성광의료재단 차여성의원(의원/서울),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의원/경기), 화순전남대학교병원(상급종합병원/전남) 등 단 7곳에 불과하다.
2019년에 환자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과 2021년은 전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자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 외국인환자 수가 급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요인을 제외하고도 외국인환자 유치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적지 않다.
그중 가장 큰 요인이 의료사고 증가다. 실제로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의 외국인환자 의료사고 접수현황에 따르면 2015년 22건 → 2017년 31건 → 2019년 43건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의료기관·업체 간 과도한 출혈경쟁(가격경쟁) ▲불법 브로커 난립 ▲의료서비스 질 격차 등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업계 역시 할 말은 있다. A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평가·지정제가 유명무실하다"라면서 "현장실사 등 평가준비와 요건 충족을 위한 부담이 상당한데 지원은 거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민간의료기관과 관련 업계에 환자 신뢰·만족도 제고를 위한 안전 관리 강화와 의료분쟁 및 의료사고 방지 및 사후관리 철저 등을 주문하는 한편 ▲기존 유치 국가와의 안정적 채널 유지 ▲신남방·신북방 국가로의 유치국 확대 ▲적극적인 외국인환자 유치 홍보 ▲외국인환자 유치와 연계한 의료서비스·제약·의료기기 등의 의료 해외진출 시장 개척 등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유치기관과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인증제' 전환...이미지 제고·경쟁력 확대 기대
해외환자 유치 정책과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일자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021년 1월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평가·지정제'를 인증제로 전환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
개정안의 골자는 제도 명칭을 평가·인증제로 바꾸고 국가 및 지자체의 인증기관에 대한 운영 비용지원 및 홍보 강화, 인증 유효기간 연장(2년→4년) 등이다.
인증제에서 제외된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료 서비스 부문과 비의료 서비스 모두 평가를 받도록 했다. 비의료 서비스 평가는 외국인 환자 특성을 반영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과 사무관리 서비스, 합리적 운영, 홍보·활동 실적, 전문인력 보유, 의료분쟁 예방 체계, 불만·고충 처리, 환자 편의 제공 등 56항으로 구성됐다.
의료 해외 진출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은 자는 유치기관 등록을 제한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1년 이상 유치업을 미개시하는 유령기관은 등록 취소하며, 인증마크 부정 사용 및 사칭에 대한 처벌 등 유치기관의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코로나19로 외국인환자 유치가 잠시 멈춘 시기가 국내 의료기관의 세계적인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적기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에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던 불법업체는 해외의료관광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고, 브로커를 통한 가격경쟁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더 저렴하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해외 병원들의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상황이고, 명확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의 개정안은 우리나라 해외 환자 유치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2021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부 내용은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됐지만, 평가·지정제에서 평가·인증제 전환 등 핵심 골자는 유지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의 인증기준은 등록기준보다 엄격하므로 유치기관이 인증 등을 받은 날에 등록을 갱신한 것으로 인정 ▲인증 받은 유치기관에 대한 지원사항을 '운영비 보조'에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연수 지원'으로 수정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유치기관 인증 등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등으로 수정·보완됐다.
개정안은 2022년 12월 초부터 시행된다.
의료기관·업계 적응 '핵심'...정부 지원 약속 이행 '관건'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법 개정에 따라 해외 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과 업체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틀은 상당 부분 마련됐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바뀌는 제도에 유치기관과 업계가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에 달렸다.
특히 기존 평가·지정제를 인증제로 강화했지만, 인증기간도 2배로 연장된 만큼 유치기관과 업체들이 인증 자격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우수 유치기관과 업체를 지원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추가 지원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