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적 입장서 품목허가…한의사가 처방·조제 못한다" 판단
현행 약사법·의료법, 한의사가 전문의약품 처방할 수 없도록 규정
한의사가 신바로캡슐을 처방·조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대의학적(서양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이뤄져 품목허가를 받은 이상 한의사는 처방·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3월 31일 A한의사가 생약제제에 대한 처방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보험사로부터 기 지급받은 진료비 반환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사안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에게 피고에 대한 진료비반환채무가 있다고 본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한의학적 입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과 현대의학적 입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사용 주체가 다르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의료법이나 약사법의 이원적 의료체계에 관한 규정 취지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심사인 품목허가의 의미 등을 고려했다.
현행 약사법에는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물론 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조차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역시 한의사는 면허제도에 따라 현대의학을 기초로 만들어진 전문의약품을 처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한의사는 의약품이 한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그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대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의약품인 '신바로캡슐'의 제조사인 B제약사와 '아피독신주'의 제조사인 C제약사가 품목허가를 신청하면서 생약제제에 해당함을 전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그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출했고, 식약처장은 해당 자료를 기초로 현대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심사해 품목허가를 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품목허가 사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품에 대해 현대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이뤄져 품목허가가 된 이상 한의사는 신바로캡슐을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의사인 원고가 이 사건 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한의사의 의약품 처방권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결정의 위법성 등에 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천연물신약은 현대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한 생약제제로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다"며 "식약처의 고시는 위법사항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천연물 의약품이 임상시험 등 현대의학적 과정을 통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의약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한방 원리에 따라 제조한 한약제제와 구분했다.
당시 한의계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