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간협 정책자문위원 CBS 라디오 [한판승부] "의사가 간호사 일 하면 무면허 의료...간호사 역할 별도"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진단을 간호사가? 위험한 생각...의료 중심 통합돌봄 세계적 추세 역행"
"의사가 간호업무를 하면 무면허 의료"라는 간호계의 주장이 나왔다. 법적 안전성과 면허 체계를 뒤흔드는 '간호 진단'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5월 25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진행: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에 출연 "의사 업무를 의사만 할 수 있듯이 간호사 업무도 간호사만 하는 것"이라면서 '의사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5월 17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안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의료계와 간호협회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CBS 라디오 [한판승부] 제작진은 간호법안의 쟁점은 무엇인지, 간호법안이 통과됐을 때 무엇이 좋고, 또 어떤 우려점이 있어서 갈등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토론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사의 간호업무는 무면허 의료"라는 김원일 간협 자문위원의 주장은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이 '모든 의료행위를 의사가 다 할 수 없어 일부 업무를 지도·감독 하에 간호사에게 위임한 것'이라는 발언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원일 간협 자문위원은 "의사 업무를 의사만 할 수 있듯이 간호사 업무도 간호사만 하는 거다. 간호사는 간호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면허를 부여한다. 의대 나왔다고 간호사 되는 거 아니다"라면서 "간호사 업무는 진료보조만 있는 게 아니다. 간호 사정·간호 진단도 있고 건강증진활동도 있고, 간호조무사에 대한 지도도 있다. 간호 사정·간호 진단을 의사가 하나? 건강증진활동에 대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은 별도로 있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김원일 간협 자문위원은 '의료와 간호가 한 범위 안에 있고,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일부 행위를 간호사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의 발언에 대해 "의료법 무면허 의료 조항을 완벽하게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의료인도 의료된 면허만 할 수 있다'라는 게 무면허 의료의 핵심이다. 의사가 치과의사는 일을 못하고, 의사가 간호사 일을 못한다는 것"이라고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분리와 무면허 의료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한판승부]에 토론자로 참여한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료를 의사가 다 하면 좋은데,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일부의 행위를 간호사에게 위임하고 있다"면서 "의료와 간호는 큰 틀에서 한 범위 안에 있는데, 의료행위에서 간호행위를 분리해 버리면 무조건 간호행위는 간호사만 하게 된다"고 의료법에서 간호법을 분리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안 이름 자체가 문제"라고 밝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간호법은 직업법이 아닌 직무법이다. (간호법안은)직업의 규율이라든지 면허와 관련된 학습과 교육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직무를 규정했다. 바로 이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원일 간협 자문위원의 '간호 진단' 발언에 관해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진단을 간호사가 한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면서 "의료법에 없는 것을 하겠다고 (간호법안 제정을)시도한 것이다. (간호법안은 간호사들이)다른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나가서 뭔가를 하겠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 건강에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간호법안이 제2의 의약분업 처럼 비용은 더 들면서 환자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진료 영역을 나눠서 여기부터는 간호사가 하겠다는 것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겠냐?"면서 "행위를 둘로 나누면 비용은 항상 늘어나게 돼 있다. 의약분업을 할 때도 정부가 비용을 줄인다고 많은 호도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의사의 진찰비, 약사의 조제비 늘어났다. 간호도 만약 분업하면 똑같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원스톱 서비스가 투스톱으로 되고 환자의 불편은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간호법안 제정안에서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간호법안에 '지역사회'를 규정한 것은 일종의 커뮤니티 케어를 간호사 중심으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의료돌봄은 (간호사법 분리가 아닌)통합이 대세다. 독일·호주·덴마크는 과거에 간호사 단독법이 있었지만 최근에 폐지하고 통합직업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의사의 지도·감독을 받지 않고 임의로 복지 주도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가족들이 의사 진료 한 번 못보고 관리·감독도 없는 곳에서 부모님을 모셔야 되나 이런 불안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도 그래서 2014년에 의료개호 통합 돌봄 촉진에 관한 법을 개정해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세계적 추세인 의료 중심의 통합돌봄에 역행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개탄했다.
커뮤니티케어를 누가 주도하는 것이 환자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에 관해서도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김원일 간협 자문위원은 "커뮤니티케어는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도 치료도 받고, 간호도 받고, 요양도 받고, 돌봄도 받고 이걸 같이 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탈피하자는 것"이라면서 "간호법은 간호사만 있는 게 아니라 원래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까지 포함하려고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활동 지원 인력이 있고, 의료기관에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 지원 인력이 있다. 이 인력들의 역할을 담아내려는 거다. 현재 의료기관이나 의료기관 밖에서 이런 돌봄이나 건강관리 하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간호법은 현실을 담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선진국의 재택의료는 의사 중심으로 돼 있고,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를 고용해서 보낸다. 간호사니까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비교적 정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중간에 매개자가 없으면 정확하게 환자 상태를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 커뮤니티케어나 모든 지역사회 의료도 다 의사 중심으로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