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 표준화 추구…사회가 원하는 의료인력 양성 책무성 중요
의대 인증평가-전공의 수련교육 평가 유기적 연계…'평생교육' 관점
의학회·의대의전원협·수련교육평가위·의학한림원 등 함께 지혜 모아야
의과대학 평가인증은 전문성·신뢰성·독립성 등을 기반으로 국제기준 확립과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과정에 대해 사회가 원하는 의료인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고 평생교육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둘쨋날(6월 17일)에는 의과대학 평가인증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윤태영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의학교육인증단장(경희의대 교수)은 '의과대학 평가인증 20년: 의학교육 질 향상 성과와 과제' 발제를 통해 의평원의 과제로 전문성·신뢰성·독립성 구축을 꼽았다.
이와 함께 책무성·수월성·전문가정신·자율성·세계화 등을 핵심가치로 삼고, 평가항목과 기준의 지속적 개선, 우수 항목의 활용, 평가단의 질적 표준화, 중간평가 내실화 등을 이뤄야 한다는 판단이다.
의평원의 목표도 소개했다.
윤태영 교수는 "10여년 동안 세계 의학교육을 선도하는 국제 수준의 평가인증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사회와 의학교육기관으로부터 신뢰받는 평가인증 전문기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평가인증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궁긍적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할까.
윤태영 교수는 "의학교육 여건과 교육과정의 질적 수준에 대한 표준을 설정함으로써 국가적인 의학교육의 표준화를 추구하고, 의학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평가인증 기준을 개발함으로써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도모한다"라며 "의과대학 스스로 자체평가를 통해 대학의 장점과 가치를 발견하고 단점을 개선토록 하고, 의학교육 여건과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제공함으로써 의학교육기관의 다양화·특성화·효율화를 거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평원은 지난 2016년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로부터 기본적인 의학교육의 질 보장을 위해 대학과 교육프로그램을 평가하는데 적절하고 신뢰할 만한 평가인증 정책과 과정, 평가기준을 갖췄다고 판정돼 평가인증기관으로 지정됐다. 인정기간은 2026년까지 10년이다.
윤태영 교수는 "WFME 인정을 통해 한국의 의사 양성과 평가 인증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았으며, 동시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의 기본의학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라며 "미국 외국의대졸업자교육위원회(ECFMG)는 2024년부터 미국에서 의사 활동을 하기 위해 면허를 받고자 할 경우 WFME가 인정하는 평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대학·대학원 졸업자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WFME 인정으로 의사인력의 해외 진출과 국제적 이동을 대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윤태영 교수는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과정에 대해 사회가 원하는 의료인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패널토의에는 한재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의사전문역량인증단장(이화의대 교수),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인제의대 교수), 박원균 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의학교육인증단장(계명의대 교수), 이승구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연세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의학교육 평가 인증의 핵심가치는 국제적 기준 확립과 질 향상이다.
한재진 교수는 "전 세계 의과대학을 포함한 의학교육기관의 평가인증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글로벌 스탠다드와 질 향상을 표방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의평원의 과거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견지해야 하는 키워드"라고 전제했다.
의평원 평가인증에서 유의해야 할 내용도 언급했다.
한재진 교수는 "평가인증 전반에 대한 이해 당사자 간 컨센서스 확립과 기준개발에 있어서 WFME 국제 표준을 살리면서도 한국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2년, 4년, 6년 등 현재 인증 기간 공표를 학교 평판과 과도하게 연관시키는 현상을 극복하고, 의대 평가 인증 체계 및 기준의 구체적인 완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졸업후 교육 영역인 전공의 수련 교육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평생교육 차원의 접근이 미진하다는 판단이다.
한재진 교수는 "인턴 제도 개선 필요성을 포함해 전공의 수련 교육의 주체·목표·내용·방법·평가 등 교육의 제반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작동하고, 학교 교육 체계에 이어 평생 교육 체계와도 연계되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 간의 협력과 체계화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라며 "한국의 의사 연수 교육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의학·의료 지식 제공 위주의 CME에 머물러 있는 형태인데, 이는 세계적 추세인 CPD(의사평생교육)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전환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의평원이 의학교육 발전에 기여한 점과 아직 남겨진 과제,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이종태 교수는 "의과대학 평가인증제도는 의학교육을 위한 재정확보를 용이하게 만들었고, 교육 표준화가 필요한 영역에서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WFME 인증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사양성제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며 "이 평가인증 제도를 통해서 우리들이 얻게 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가 의과대학이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양질의 의사 양성에 최선을 다하도록 방향성을 잡아줬다는 데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평가인증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종태 교수는 "평가 기준의 적절성·현실성·수월성 등에서 등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고 있고, 방문평가시 기준 적용에서 형평성과 예측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평가인증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라며 "자체평가보고서는 작성 형식부터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용어나 통계 자료가 통일되지 않고 체계적이지 않다. 보고서 활용 문제도 있다. 단지 평가를 위한 자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은 대학 홈페이지 평가보고서를 공개한다. 봉인된 자료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방향성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찾았다.
이종태 교수는 "WFME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을 중심으로 우리는 상황을 감안해 포스트 2주기 기준을 개발했다. 반면 일본은 WFME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을 그대로 원용했다"라며 "2026년 의평원은 WFME 재인증을 받는다. 차제에 글로벌 스탠다드 평가인증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대 인증평가와 전공의 수련교육 평가의 유기적 연계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승구 교수는 "의대 교육에 있어서 'What'에 대한 평가는 잘 되고 있는 데 'How'에 대한 평가는 의문이 있다. 학교교육은 전공의 수련 교육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대학의 인증 평가, 수련병원에 대한 수련능력를 지금은 평가 주체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내용들이다. 바람직한 의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보완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구 교수는 "직업 전문성 교육이 잘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한의학회 및 26개 전문과학회가 함께 수련교육 이사회를 개최하고 수련병원평가위원회를 중심으로 수련 교과 과정 역량 중심의 체계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는 완성됐다"라며 "전공의 교육과 의대 학생 교육은 연속으로 이어진다. 누가 하느냐 보다 어떻게 적절한 과정을 만들어서 평가하고 시행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장을 역임한 박원균 교수는 인증 평가 주기별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박원균 교수는 "1주기는 의과대학으로서의 의학 교육에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자는 개념의 기준이었으며, 2주기는 대학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구축하자는 개념이었다"라며 "포스트 2주기 때는 성과바탕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의 질향상, 수월성·다양성·미래지향성 측면에서 표준화를 추진했고, ASK2019 평가인증에서는 국제적 수준에서의 평가인증과 정성평가를 통한 지속적 질관리 유도에 무게가 실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