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의료 전문의 제도·노인 주치의 제도 등 전문가 제언 이어져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 "'의료' 중심으로 지역 내 커뮤니티 케어 구성돼야"
고형우 과장 "커뮤니티 케어 핵심은 의료 공감…돌봄과 통합 체계 만들 것"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노인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노인의료 전문의 제도 및 노인 주치의 제도 신설 등에 관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노인의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지역 내 커뮤니티 케어를 구성할 때는 '의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7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기석 교수(한림의대 호흡기내과)는 'Korean Crisis of COVID-19 for Aged'를 주제로 발표하며 코로나19가 노인에 미친 영향과 추후 팬데믹 상황에서 노인 보호를 위한 대책 등을 설명했다.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19가 노인에게 폐렴 다장기 부전, 전신 증상 등의 질병 부담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부작용, 코로나19 후유증 등에서 영향을 줬다"며 "아울러 코로나19 상황에서 물리적 격리 탓에 가족관계 소원, 우울, 불안, 분노 등의 사회적 고립도 촉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은 나이 자체가 고위험 인자이며 폐렴 등의 기저 질환으로 다음 팬데믹에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라며 "조기 진단, 조기 치료, 조기 입원, 집중 치료 등으로 이어지는 Fast track을 통해 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장기요양 시설 감독 관련 법령 개정, 의료전달체계 개선, 위생·환기강화, 시설 관련 종사자와 공무원 교육, 노인의료 지원 강화 등의 노인 관련 제도와 시설 보완 등의 대책 마련 필요성도 역설했다.
손기영 교수(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는 '한국 노인의 Unmet Needs와 해외 노인의학 전문의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노인은 지속해서 진료를 받는 의사가 있음에도 노인병에 대한 미충족 필요가 있으며, 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이러한 Unmet Needs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손기영 교수는 이날 한국 노인의 건강 관련 Unmet Needs를 확인 위해 70세 이상 노인 4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국내 노인의학 전문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손기영 교수는 "85%의 대상자는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이 중 90%는 지속해서 진료를 받는 의사가 있었다"라며 "대상자 중 83% 필요할 때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87%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의사에게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5%의 대상자만이 그들의 의사가 노인병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상자의 76%는 노인병 관련 Unmet Needs의 충족을 위해 노인병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손기영 교수는 "노인 의학적 건강 문제는 각 과 전문의에 의해 다뤄지며, 각 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노인의 노인 의학적 건강 문제의 일부만 다루고 있는 등 한국에서 공식적인 노인의학 전문가가 부재하다"라며 "영국과 호주, 캐나다, 미국, 대만에서는 노인의학과 관련해 별도 전공의 과정을 운영하거나 기본 전공의 과정 후 추가 수련과정을 거친다. 빠른 고령화에 따른 미충족 필요의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맞는 노인의학 수련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종률 교수(한림의대 가정의학과)는 '노인 의료 현황과 노인보건의료 체계 개선-노인의학 전문의사 양성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게 되고 2040년에는 75세 이상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두 개의 시기를 대비하지 않으면 노인보건의료체계는 물 건너간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종률 교수는 노인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며 "현재 지역사회에서 노인 주치의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 노인 환자 한 명을 분절적으로 여러 명이 나눠서 진료하기보다 노인의학 전문의사 한 명이 담당하면 불필요한 입원과 응급실 방문, 요양시설 입소 감소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더불어 만성 복합질환 통합관리 및 다약제 복용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인병클리닉 또는 노인병센터 구축 등 급성기 병원을 설립 운영하며 통합·협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급성기 병원과 지역사회, 아급성기와 연계하면 급성기 질병관리와 치료 부작용/합병증 및 기능 악화를 예방하고 예방 가능한 재입원의 감소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노인 의료와 돌봄과 큰 연관성이 있는 지역 내 커뮤니티 케어를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이날 발제 이후 토론에서 "의협은 진료적인 범주에서는 비대면 진료 대응, 의료에서는 커뮤니티 케어를 중심으로 미래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라며 "지역 내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에서 다수의 고령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책적인 연계성이 강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역 내 커뮤니티 케어는 의사 중심, 의료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김이연 이사는 "의료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를 형성하면서 정부의 정책과 같이 조화를 이룬다면 사회적인 부담도 덜어 줄 수 있고, 개인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노인 의료의 질적인 보장이 이뤄지려면 학회나 개인 차원에서 운영되는 연구회의 역량을 합쳐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세부 전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도 역시 노인 돌봄을 담당하는 지역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은 의료임을 강조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노인에 대해 의료 체계가 굉장히 필요하고 정부도 지역 커뮤니티 케어에서의 핵심은 의료라고 보고 있다"라며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지역 커뮤니티 케어에서는 의료는 코로나19를 대응하고 있어 돌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조금 완화가 되면 커뮤니티 케어에 의료가 반드시 들어가는 통합적인 체계로 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노인의료 전문의 제도와 노인 주치의 제도 등을 운영하자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노인에게만 발생하지는 질병을 중점으로 하려면 전문의 제도가 필요하겠지만, 노인이 되었을 때 많이 발병하는 모든 질병을 대상으로 하려면 노인 주치의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도 궁극적으로는 노인 주치의 제도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결국 질병 체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 환자 중심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