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가 정신질환 앓아…치료 관련 부정적 편견 없애야
사망전 자살 암시 신호 보내지만 유족 인식 17.4% 그쳐
인천시자살예방센터, 자살사망자 46명 대상 심리부검 진행

국내 자살사망자의 87%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치료 혹은 상담을 유지했던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 사망 전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내지만 유족이 인지한 비율은 17.4%에 그쳤다. 

가천대 길병원이 위탁운영 중인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배미남 부센터장과 조서은·강승걸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공동으로 인천 내 자살사망자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국내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를 상회하지만, 관련 요인을 살펴본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2016년∼2021년 인천에서 심리부검이 진행된 46건의 유족 면담 결과를 분석했다. 심리부검은 한국-심리부검체크리스트(K-PAC)을 이용해 고인과 가족의 정신 건강 상태와 심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 자살사망자의 87%(40명)가 사망 전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됐지만, 사망 전까지 치료나 상담을 유지했던 경우는 15.2%(7명)에 불과했다. 자살과 정신질환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정신질환 치료를 지속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 자살을 암시하는 경고신호를 보인 사망자는 93.5%(43명)로 나타났다. 자살 암시 경고신호를 유족이 인식한 건은 전체 46명 중 17.4%(8명)에 그쳤다. 고인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유족이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자살 경고신호를 인식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승걸 교수는 "근거에 기반한 자살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는 인천광역시와 함께 적극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미남 부센터장도 "이번 연구는 자살 행위와 관련된 요소들을 파악해 향후 효과적인 자살예방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자살 고위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Psychiatric and Psychosocial Factors of Suicide Decedents and Survivor of Suicide Loss: Psychological Autopsy Study of Incheon City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는 2011년부터 인천광역시의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가천대 길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택시·약국·병원·학원 등 분야별 생명지킴이를 양성해 자살위험자를 조기 발견하고 도움기관으로 연계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살 위험자가 극단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살 위험자가 그릇된 선택을 하기 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변의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강승걸 교수는 "자살 위험자를 발견한다면 지체없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극단적 선택 전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