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유통질서 흐리는 '간납사'...유통구조 개혁 필요

의료기기 유통질서 흐리는 '간납사'...유통구조 개혁 필요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7.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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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고영인 의원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토론회 개최
의료계·정부 등 '선진화된 의료기기 유통구조 확립' 및 '제도적 보완' 공감
의약품 유통과정 모형 적용 및 유통구조 선진화 상급종합병원 타깃 목소리
하태길 약무정책과장 "간납사, 순-역기능 모두 가져…근본적 문제 고민해야"

ⓒ의협신문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7월 12일 국회에서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선진화된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유통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 의료기기의 유통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는 간접납품회사(이하 간납사)와 관련해 유통 과정을 투명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7월 12일 국회에서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의 문제점과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임종규 자문위원(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은 "치료재료 유통은 제조사·수입사 직판, 대리점 판매, 도매업체 판매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도매업체 판매형태 중 간접납품회사(간납사)라 불리는 재단직영도매 형태가 치료재료의 유통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 업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간납사의 문제로 ▲치료재료에 대해 높은 할인율 적용, 과도한 이윤추구 ▲의료기관 내 창고사용료, 정보이용료 등 추가비용 공급업체에 요구 ▲치료재료 대금지급 지연 및 지연된 대금에 대한 보증, 담보 미설정 등 공급업체에 모든 위험 전가 ▲의료기관의 치료재료와 관련된 업무 대부분을 공급업체가 처리하도록 하면서 이윤만 챙기는 페이퍼컴퍼니 역할 수행 등을 짚은 임종규 자문위원은 "치료재료의 유통구조를 '의약품 유통과정을 기본모형'으로 설정해 유통 과정을 투명화할 수 있도록 동일한 유통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자문위원은 "약국과 의료기관의 의약품 구매 및 재고관리 등에 관한 비용을 약국관리료와 의약품관리료로 급여를 인정하는 등 치료재료 관리료를 산정해야 한다"며 "또한 약국과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자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도매업허가를 취득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약품 도매업소는 의료기관별로 공급한 내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하도록 하고, 심평원은 도매업소가 해당 의료기관에 입고한 분량과 해당 의료기관에서 보험 청구한 분량을 비교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며 "치료재료의 공급내역 보고 업무 역시 심평원으로 일원화해 의료기관 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치료재료의 제조과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고, 유통과정은 의료기관과 약국 관련 업무 및 보험급여업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가 전담하는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배성윤 교수(인제대학교 경영학과)는 '건전한 한국형 GPO 유통 질서 정착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국 간납업체(GPO)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마진율 측정, 결제 지연 등으로 발생한 금융 비용을 제조·수입 업체에 전가, 일감 몰아주기, 가납 등의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배 교수는 GPO의 긍정적인 측면인 공급자·환자·납세자를 위한 비용 절감 실현과 헬스케어 조달 서비스 시장 경쟁 촉진 등을 언급하며 ▲의료기기 전문 유통회사 관련 법령 제정 및 자격요건을 강화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실태 조사 정례화 및 사후관리 강화 ▲건강보험 의료기기 유통관리체계 및 마진율 적정화 검토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 취지에 맞는 제도적 정비 등 정책 개선 방안으로 제언했다.

발표 이후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선진화는 치료재료 보험급여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간납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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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이날 토론에서 "간납사가 독점적·편법적으로 잘못 운영되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의료기기의 유통구조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유통 구조의 선진화는 상급종합병원을 타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2020년 심평원의 요양기관별 치료재료 보험급여현황 자료를 언급한 김 이사는 "요양기관 종별 치료재료 비용은 상급종합병원이 39.79%로 가장 높게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종합병원 33.35%, 병원 17%, 의원 6%, 치과의원 3.33%, 기타 0.45%로 나타났다"며 "43개의 상급종합병원과 320여 개의 종합병원의 비용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기관당 치료재료 비용이 막대하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유통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타깃으로 먼저 시행하고 이후에 종합병원, 필요하다면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한 병원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유통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건전하지 않은 유통 시스템을 가진 상급종합병원에는 패널티를 부여하고 바람직한 시스템으로 유통구조를 가진 상급종합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유도하는 방식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간납사 시스템과 관련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라며 "원칙적으로 거래는 투명하게 이뤄지고 유통 구조가 갑을 관계로 이뤄지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깊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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