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 외 지역약국 등 전체 약사 대상 '우려 현실화'
전국 개국 약사 '지역사회약물치료관리' 전문약사 되면…
전문약사의 자격을 국가에서 인정하는 내용의 '전문약사제도'가 오는 10월 하위법령을 통해 발표된다. 의료계에서는 전문간호사에 이어, 또 다른 '면허 침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병원에서 활동 중인 '병원약사' 외 지역약국 등 전체 약사도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어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전문약사제도는 2020년 4월 7일 신설된 약사법 제83조의 3(전문약사)에 따라 법제화됐다. 여기서 전문약사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시행일은 2023년 4월 8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문약사제도' 관련 세 번째 연구용역이 8월 말 완료될 예정임을 밝히며 10월경 하위법령 초안 발표 계획을 전했다. 내년 시행일에 맞춰 순조롭게 공식적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까지 '전문약사'에 대한 자격이나 역할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 정부는 전문약사 개념에 대해서도 명확화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정의는 한국병원약사회 전문약사제도 운영규정 제2조에 따른 것이다. 동 규정에서는 전문약사에 대해 '치료성과 및 환자의 건강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해당 전문 분야에 능통하고, 약물요법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라고 정리했다.
하태길 약무정책과장은 "전문약사와 관련, 어떤 것이 전문성이 높은 것이냐는 방향성 자체가 명확하지 않았다. 지역약사가 환자 조제 건수를 많이 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에 연구용역을 세 차례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지만, 그간 약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토론회·공청회 등에서 추진 중인 '전문약사' 역할을 추측해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전문약사 자격을 관리 중인 한국병원약사회는 전문약사제도가 법제화되기 이전인 2019년 4월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약사의 역할'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영희 한국병원약사회 회장(토론회 당시 부회장)은 토론회에서 전문약사 역할 변화 방향에 대해 "조제 중심에서 임상업무 중심으로, 전문화된 약물치료계획 수립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전문화된 약물치료계획 수립을 통해 치료기간 단축과 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약사 법제화의 필요성으로는 "전문가를 공적으로 증명하고, 추후 발생 가능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여기서 '추후 발생 가능한 권리'는 현재까지 부여받지 않은 권한을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당시 의료계는 임상업무에 대한 역할 확대, 그중에서도 약물치료계획이나 환자 모니터링 등 진료 영역의 침범을 경계했다.
물론 의료계 역시 현재 활동 중인 중환자실 전문약사에 대해서는 다학제적 관리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전문약사 제도를 전체 약사로 확장할 경우, 분야 확장 및 전체 약사의 약료 공식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 책정 요구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전국 약사들의 전문약사화'를 경계했던 의료계의 우려는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태길 약무정책과장은 "병원 약사 비중이 전체 15%인데 85%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직역을 확대해 산업과 개국 지역약사까지 (전문약사제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초 발표된 보건복지부 연구 용역에서도 의료기관 외 지역약국와 제약산업 분야 등을 포함한 전체 약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이다.
2021년 '약사 전문성 향상을 통한 국민건강증진 기여 방안 연구' 용역 연구책임자인 오정미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올해 2월 공청회에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전문약사 자격요건·교육과정을 제안했다.
오정미 교수는 전문약사 자격 인정 기준으로 ▲국내 전문과목 근무경력 인정기관에서 4년 이상 실무경력 있는 약사 ▲최근 5년 이내 해당 전문과목 실무경력 1년 또는 동등하게 인정되는 경력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약사 교육과정(200시간) 이수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약사 자격시험 합격 등을 들었다.
교육인증기관으로는 한국약학교육평가원, 자격시험 관리기관은 한국약학교육평가원을 지정했다.
전문약사 전문과목에서는 의료기관과 지역약국 약사 공통으로 △내분비질환약료 △노인약료 △소아청소년약료 △심혈관질환약료 △의약정보를 담았다. 의료기관 약사의 경우 여기에 △감염질환약료 △장기이식약료 △정맥경장영양약료 △종양질환약료 △중환자 약료가 추가된다. 제약산업에는 △규제화학 △연구·개발 △영업·유통 △제조·품질 등의 과목이 제안됐다.
여기서 주목할 곳은 지역약국이다. 해당 전문과목에는 △지역사회약물치료관리가 따로 개설돼 있다. 지역사회, 즉 지역약국에서 약물치료관리 분야를 전문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역사회약물치료관리에 대한 직무역량에서는 '약물치료 검토·평가, 약물치료 중재'부터 약물치료관리 지침 개발,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한 개별 환자 서비스제공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문약사'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책정 요구 역시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태길 과장은 "병원전문약사에 대한 별도 수가책정이 없어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전문약사 베네핏(수가) 제공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전문약사제도를 통해 배출된 약사들이 전문성을 보인다면, 베네핏 도입에서 타 부서의 협조를 구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전문약사제도'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다분야 약료 공식화에 대한 의료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