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목록서 '당직·휴가 근무운영 규정 개선' 등 언급
의료계 "임기응변식 대처 반복이 오늘날 필수의료 붕괴 초래"
정부 "당장 할 수 있는 걸 한 것…근본적 문제 함께 고민 중"
"휴가를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한 거다…정부 역시 (필수의료 근본 문제에 대해)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임기응변식 대처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오늘날 필수의료가 다 무너진 것…근본적 문제 고민에 무게 둬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례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해당 병원에 '휴가' 규정 행정지도를 진행한 것에 대한 의료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필수의료 붕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비판에 대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이며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행 공문은 두 가지. '상급종합병원 응급 수술 발생 대비 자체 점검 협조 요청'과 '서울아산병원 현장확인 관련 행정지도' 제목으로 각각 시행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4일 송파구보건소와 함께 현장 확인 조사를 벌였다. 결과적으로 '위법 사항이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의 두 가지 공문을 8월 9일자로 시행했다.
먼저 첫 번째 공문은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협의회에 발송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발생 간호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향후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해 응급 수술 발생을 대비한 진료·전원·이송 체계에 대한 자체 점검을 조속히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 이슈가 된 것은 두 번째 공문이다. '서울아산병원장' 수신으로 진행됐으며, "8월 4일 진행된 서울아산병원 사실관계 현장확인 관련"이라고 직접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해 진행된 현장확인 결과에 따라, 내부점검 실시 및 이에 따른 조치방안 마련을 요구한다"며 3가지 내부점검 목록을 밝혔다.
여기에는 문제가 된 ▲당직·휴가 관련 근무운영 규정 개선과 함께 ▲효율적 전원체계 마련 ▲이송 소요시간 감소를 위한 행정절차 정비를 나열했다.
의료계는 해당 공문 시행과 관련,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의료진의 정당한 휴가 사용을 제한하려고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사망 사례가 나온 병원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로 "병원의 당직·휴가 근무 규정을 개선하라"는 대책이 나온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의료인들은 해당 조치가 응급 환자 진료 의료진의 휴가 사용을 제한하라는 명령임과 동시에 모든 책임을 병원계에 돌리는 것이라고 봤다.
의사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그렇지 않아도 휴가 사용이 어려웠던 필수의료과 의료진들을 아예 내보내려는 지도"라며 비판 목소리를 키웠다.
지방에서 근무 중인 필수의료과 A전문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임기응변식 대처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오늘날 필수의료가 다 무너진 거라고 본다"며 "현실을 피할 것이 아니고, 직시해야 한다. 의료계 역시 이 문제가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휴가 제한' 등의 회피성 조치가 아니라 근원적 문제에 대해 의료계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 "당장 할 수 있는 걸 한 것…필수의료 근본적 문제 고민 중"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순차적으로 먼저할 수 있는 걸 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휴가를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응급 환자 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8월 16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면담에서 "휴가를 가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며 해명 성격의 입장을 밝혔다.
박미라 과장은 "휴가 규정은 서울아산병원 내에 이미 있었다. 이번 사례에서 의료진들 역시 해당 절차에 따라 사전 결제를 받았다"며 "하지만 문제는 해당시술이 가능한 의료인이 모두 없을 때를 대비한 응급 플랜이 없었다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 원내 규정을 한 번 살펴보고, 적절한 개선책을 마련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행정지도 공문을)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들의 휴가를 제한하려고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휴가를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을 대비해 타 병원 전원체계를 점검해 보라는 것"이라면서 "협력병원이나 플랜B를 미리 갖췄으면 좋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또 "원내 활용 가능한 인력이 없을 때는 어떤 식으로 전원 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얘기"라면서 "거기에 따라 큰 계획이 나오고, 이후에 원내 휴가 규정을 손보거나 전체적으로 타과나 협력 병원과 협력 체계 문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최대한 할 것을 했다고 본다"고 결론 내렸다. 신속한 전원을 위해 의사 단톡방까지 활용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다.
이번 행정지도에 따라 "패널티 등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며 "그럴수도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미라 과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에 특화해 최후의 3차 의료역할을 해달라는거다. 모든 질환, 모든 수술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의 요건이 아니다. 패널티를 주거나 법적인 의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그래도 (상급종합병원이)중증 질환에 대한 최후의 보루라는 측면에서, 행정지도 형식으로라도 자체 점검은 해보시기를 바란다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 짚고 있는 '근본적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과장은 "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는 현재 빨리할 수 있는 조치를 문서로 먼저 안내해드린거다. 정부 역시 필수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어제도 회의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의료인력이나 필수의료의 범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한다. 모든 병원이 모든 수술을 소화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한 번 더 이송·전원 체계를 점검해 달라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