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원, 6일 정신보건의료서비스 국가 책임제 세미나 개최
백종우 위원장 "마음 아픈 사람 쉽게 치료·지원 받는 환경 조성돼야"
이병철 이사 "응급·급성기·안정기 환자 수가 동일…구분해야"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는 가운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성을 갖고 국민 정신건강 치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정신 의료서비스의 낮은 수가를 지적하고,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다르게 제공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9월 6일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논의를 위한 연속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 특별위원장은 '정신건강의 국가책임제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주제로 발표하며 "국가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종우 특별위원장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적 질환은 본인이 질환을 인식하기 어렵고, 우울증 등 기분장애 역시 부정적 사고 등 인지왜곡으로 절망에 빠져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며 "대가족사회에서는 가족 안에서 해결됐으나 산업화된 핵가족사회에서 정신건강 조기발견 시스템은 필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고, 의료체계 내에서도 정신건강에 대한 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며 "마음이 아픈 사람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지원을 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위원장은 정신건강 치료 시스템 마련을 위한 방안을 '정신건강치료를 신체건강치료와 같은 수준으로 전 국민 보장',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 '최소한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고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나라'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정신건강치료를 신체건강치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 국민 보장'에는 ▲의료급여정액수가 철폐 ▲핵심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필수의료 서비스 및 특화 센터 설립 ▲급성기 병상과 만성재활 병상 구분 및 낮 병동 지원을 통한 급성기 치료와 재활서비스의 균형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백 위원장은 급성기 병상 수가 현실화를 강조하며 "하루 5만원대의 낮은 수가로는 급성기 환자에 진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다"고 전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로는 ▲자살시도자 인권과 치료권 보장하는 법 개정 ▲민간보험, 실손보험의 정신과 환자 차별 철폐 ▲생명 지키기 추진단 유지 ▲접근성을 높이는 정신건강서비스 시행 등을 제언했다.
접근성을 높이는 정신건강서비스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덴마크 등에서 시행 중인 24시간 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가 상담 시행, 소방과 경찰 등 현장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면·비대면 전문의 현장지원, 우울증 국민건강검진 후 고위험군은 지역과 치료 연계, 코로나19 확진자 정신건강 지원 등을 제시했다.
'최소한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고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나라' 부분에서는 ▲광역별 정신 응급센터와 공공이송제도 확립 ▲지자체의 책임성 강화 ▲자살시도자와 고위험군 퇴원 후 사례 관리 및 찾아가는 서비스 의료보험 포함 등이 요구됐다.
이 밖에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위한 방안으로도 ▲정신건강심판원 등 인권과 치료를 보장하는 입·퇴원제도 개선 ▲지역사회 치료의 지속성과 지원체계 구축 ▲환자와 보호자 등 소비자의 참여 확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한계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의료기관 센터 정신재활시설 안전에 경찰의 역할 강화 ▲안정한 병원 환경 마련 ▲지역사회에서 방치되지 않는 환경 조성 ▲안전과 인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이병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이사는 '보다 나은 정신 의료서비스를 위한 정책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가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환경 문제, 규제 개혁을 통한 서비스의 양적·질적 향상, 항우울제 사용 관련 현황 등을 설명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환경 문제를 지적한 이병철 이사는 "응급 환자와 급성기 환자, 안정기 환자의 수가가 동일하다"며 "수가 차이가 없게 되면 제일 증상이 심한 환자를 제일 열악한 환경에서 진료하는 상황이 생긴다. 환자별 수가를 만들어 구별해주는 것이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자원 소모를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고 제안했다.
이어 "응급 중증 환자 입원에서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는 치료 환경을 갖추고 신체질환 동반 정신 응급 상황 대응을 위한 병상이 확보돼야 한다"며 "응급과 급성기 치료 서비스의 양적·질적 개선을 통한 빠른 퇴원과 사회 복귀를 도와주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정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전문가와 환자, 보호자 , 정부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검토를 진행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을 어떤 식으로 구현해 나갈지 깊이 생각해나가겠다"라면서도 "제도 개선은 취지도 중요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관한 검토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와 당사자, 각 정부 부처와 함께 얘기하고 상담해가며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가 개선과 관련해서도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주장을 하고 같이 협상을 해나가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상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수가실장은 현재 심평원에서 운영 중인 정신질환 관련 시범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재 심평원에서는 동네의원과 정신 치료기관의 치료 연계 시범사업,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시범사업, 정신질환자 지속 치료 지원 시범사업, 정신과 비자의 입원 시범사업 등 4가지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나 국가 모형 운영의 기반을 마련해 정신 의료 서비스 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