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확률 낮더라도 상당인과관계 인정...근로복지공단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최근,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했던 방사선사에 관해 방사선사 업무로 인해 발생한 다발성 골수종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약 22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고, 이에 관해 의료기관에 근무하면서 필름 현상 과정에서 벤젠의 대사물질인 하이드로퀴논애 장기간 노출됐고, X-선 촬영업무를 하면서 장기간 방사선에 노출되어 다발성 골수종이 발생했다고 하면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그러나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방사선 피폭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다발성 골수종의 발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했고, 이에 원고 방사선사가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이다.
위 사건에 관하여 법원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이 부담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의 존재여부, 발병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기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 추론을 통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위와 같은 전제에서 법원은 해당 사건의 경우 원고에게 가족력이나 유전적 소인이 확인되지 않았고, 평균 발병 연령보다 휠씬 이른 시점에 다발성 골수종이 발병했으며, 피폭선량 계측값을 신뢰하기 어려우며, 필름 현상업무의 경우 업무 중 사용하는 하이드로퀴논이 유해 화학물질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전제와 인정사실에 근거해 법원은 원고가 방사선사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유해 물질과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어 방사선 피폭 등이 다발성 골수종의 발병 및 악화를 촉진한 원인이라 추단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의료기관 업무로 인한 암 등 상병(傷病) 발생시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에 관해, 근로복지공단의 인과확률 우선 주의라는 기존 관행에 반해 인과확률이 낮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입증의 정도에 관해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최근 방사선사 뿐만 아니라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업무와 관련해 전리방사선이나 독성 화학물질 등 유해 요소에 노출되어 악성 종양이나 신경계 질환, 장기 손상 등의 상병 발생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기관 종사자의 업무로 인한 악성 종양 등 상병 발생의 업무상 재해 인정과 관련해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인과확률이 낮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입증의 정도에 관해 완화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 내의 업무 환경 개선이나 의료기관 업무로 인한 악성 종양 등 상병 발생의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위 판결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