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감염병에 대항하는 생태계 보호 역할
기생충, 생태 그물 조절…새로운 병원체 감염 막기도
기생충 보존 계획 성공하려면 연구자·실무자·교육자 협력해야

기생충은 모든 생태계에서 발견되며 먹이그물의 순환, 야생 동물 개체군 제어 및 생태계 안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기후 변화나 서식지 손실뿐만 아니라 숙주의 멸종으로 위협을 받아 멸종에 매우 취약하다. 2017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콜린박사와 동료의 논문을 보면 기생충 3종 중 1종은 향후 50년 이내에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은 얼마나 많은 기생충이 있으며, 어떤 기생충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지 10%도 알지 못한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그리고 감염병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 기생하는 병원체의 생활사 및 감염률은 기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 온난화는 우리의 상식을 벗어날 만큼 이미 감염병 유병률이나 창궐 범위 확산 가능성에 깊게 연관되어 복잡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후 변화가 COVID-19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기후 변화가 지구 상의 다른 종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꾸고 건강과 감염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체감할 수 있다.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육지와 해양 동물들은 더위를 피하려고 극지방으로 향하게 된다. 이는 평소에는 접촉할 수 없는 다른 동물들끼리 접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때문에 병원체는 새로운 숙주를 찾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온대 지역의 경계선이 북상하게 됨에 따라 열대 지역의 기생충이 온대지역으로 확장되는 기회 또한 가지게 된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대부분이 감염병 증가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 중 하나는 삼림 벌채인데, 이 또한 감염병 위험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예컨대, 인간은 주로 농업지를 늘리기 위해서 삼림 벌채를 하고 자연스레 전 세계 야생생물 서식지 손실로 이어진다. 서식지 상실은 동물의 이주를 낳고 결국 외래종 침투는 물론 민간지역까지 유입되어 병원체는 새로운 숙주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증가를 동시에 위협하는 또 다른 원인을 들자면, 대규모 가축농장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전파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인체 감염병은 다양한 예방·진단·치료 사업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질병 확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에 야생 동·식물 질병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통제 조치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기후 신호를 감지하기가 더 쉽다. 예를 들어 기후 온난화가 인간 말라리아의 역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의가 되는 동안에도 기후 온난화는 야생조류에서 조류 말라리아의 유행지역과 감염 강도를 지속해서 증가시키고 있다. 

2010년에 펠리샤 키싱 박사와 동료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면 병원체 전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네이처에 발표하였다. 즉, 생물다양성은 감염병에 대항하는 생태계를 보호한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하였다. 이 내용은 글쓴이가 지난 칼럼에 서술한 '자연면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물다양성에 의한 질병 감염 완충작용을 설명한 것이다.

넓은 관점에서 생물다양성 손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감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기후 조치를 취해야 하는 많은 이유가 있으며 감염병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심각성과 중요성으로 유엔(UN)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2021년부터 자연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보건을 위한 정책 개요를 작성하였고, COVID-19의 맥락에서 생물다양성, 기후 변화 및 인간 건강을 주제로 온라인 학습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생태계 내에서 기생충의 역할 
감염병 확산을 막는 생물다양성 중 하나가 기생충이다. 기존 숙주에 서식하면서 새로운 병원체의 감염을 막는 것이다. 복잡한 먹이 그물을 갖는 다양성 안에서는 생태 그물을 조절하는 기생충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새로운 병원체가 침입하고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즉, 기생충의 다양성이 낮거나 풍토적이고 경쟁적인 기생충이 생태계에서 사라졌을 때 더 많은 병원성 종들이 증식할 수 있다. 

어떤 생물들은 생물다양성에 의존적으로 진화하면서 자체적인 면역체계에 발달이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그에 따라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먼저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생충 멸종에 위험이 되는 가장 대표적인 요인을 서식지의 상실로 추정하지만, 아직 여러 기생충에 대한 분포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데이터 내에서 자주 인용되는 ixodid 진드기와 서식지에 대한 두 개의 논문의 상반된 결론을 보더라도 각각 국소 범위 손실 또는 전역 범위 증가로 견해가 갈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생생물 중에서 동물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가장 연구가 잘되어 있으나 기후변화와 질병 발생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불충분하다. 초기 연구는 온난화 기후가 질병 범위 확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이 우세하였지만, 현재는 질병 범위는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지지를 받는다. 

기생충은 생물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인 동시에 생물다양성에 의존적인 생물이기도 하다. 만약 기생충이 변화하는 기후에서 심각한 멸종 위험에 직면한다면,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것이 자명하다. 많은 기생충이 숙주 집단에서 중요한 면역 조절 역할을 하고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기생충이 치명적인 병원체의 출현에 부분적으로 완충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는 기생충이 생태계 그물의 안정적인 조절 및 연결을 한다고 강조한다. 기생충은 전체 생물다양성의 75% 이상을 구성하며, 숙주 행동에 영향을 끼쳐 바이오매스 흐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생충은 숨겨진 많은 이점에도 보존을 하자는 주장에 동조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기생충은 야생동물과 인간 개체에게 경제적인 비용(예: 농작물 병원체)이나 건강(예: 새로운 감염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도  아직 기후변화 연구의 맥락에서는 기생충 멸종과 출현의 균형을 논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다. 여전히 기생충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후변화의 순기능은 풀어야 할 수수께끼로 쌓여있다.

세계 기생충 보존 계획 
학계에서 기생충 보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2020년 '세계 기생충 보존 계획(A global parasite conservation plan)'이 수립되었다. 이 문서는 기생충학자와 생태학자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인간의 건강과 가축을 위협하지 않는 기생충을 보존하기 위한 공식적인 행동계획을 제안한다. 이 계획은 10년(2020∼2030년) 동안 보존 커뮤니티가 기생충 생물다양성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4개 범주(①데이터 수집 및 합성 ②위험 평가 및 우선순위 부여 ③보존 관행 ④아웃 리치 및 교육)와 12개 목표를 회의에 올렸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면 지속가능한 전 세계 새로운 기생충 발견과 그들의 생태학적 중요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기생충 보존은 기생충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헬싱키대학교 생태학 부교수인 Giovanni Strona 박사는 생태계 네트워크에서 기생충의 역할이 알려짐에 따라 기생충의 부재는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분명해지고 있으며, 마땅히 기생충을 보존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기생충 프로젝트를 맡은 기생생물세계은행 박한솔 박사는 야생동물 또는 식물의 보존 프로젝트를 실시할 때에 그들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 데이터 수집 및 보존계획도 같이 포함되어야 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발굴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생충 보존 계획이 성공하려면 연구자, 보존 실무자 및 교육자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생충 연구자가 세렝게티의 기생충 다양성 연구를 통해 12가지 기생충 보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존 실무자는 기생충을 자원화하고 교육자는 교육에 자원을 활용하여 전시 및 교육 활동을 통해 기생충 보존의 필요성과 이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즉, 세계 기생충 보존 계획은 일반 대중을 포함하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기생충 보존에 참여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기생충 식별, 동물군 이동 및 현지 외 동물군 보존에 기생충을 포함하기 위한 프로토콜 표준화, 지역사회 과학 프로젝트 참여, 보존 연구원을 위한 기생충 생물학 관련 교육 기회 창출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동민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세계은행 상임이사(의학박사)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