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공적 역할·의사소통구조·단체 연대·대 국민 소통 강화해야
"정부 신뢰 높이려면 합리적·공정하게 정책 알려야…민주적 절차 마련" 당부
노홍인 전 보건의료정책실장, 9월 27일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초청 강의
의료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 과정과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대화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전직 고위 행정관료의 조언이 나왔다. 의료단체의 정책 역량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와의 연대와 대 국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노홍인 서울의대 객원교수는 9월 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이 마련한 13강의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정과 의료단체의 역할' 주제 강의를 통해 의료단체의 정책 결정 과정 참여 방안에 관해 조언했다.
노홍인 객원교수는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보건의료정책과장·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 노인정책관·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건강보험정책국장(2017∼2019년)을 역임했다.
보건의료정책실장(2019∼2020년 9월) 재직 당시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을 맡아 감염병 대응에 매진했다. 현재 서울의대 객원교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노홍인 객원교수는 "정책 결정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주요 행동지침을 결정하는 매우 복잡한 동태적인 과정"이라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사법·정당·이익단체·NGO·언론·전문가·국민과 여론 등 참여자가 매우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법률 제정권이 있는 국회는 보건의료기본법·의료법·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증진법 등 54개 보건의료 관련 법률의 개정·입법청원 심사·예산안 심사 등을 도맡고 있는만큼 의원 입법·입법 청원·법안 관련 청문회 및 공청회 참여·법안소위 심사 시 참여 및 의견 제시·정부 입법 및 의원 입법 검토 의견 작성 시 의견 제출 등을 통해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행령·시행규칙·고시·훈련·지침 등을 관장하는 정부의 정책 결정 시 각종 위원회는 물론 계획 수립 과정과 하위 법령·고시·지침 제·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적시에 제시하거나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에도 의사단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노 객원교수는 "정부와 의사 간 신뢰 형성의 실패로 2000년 의약분업제도 도입 시 대규모 의사파업을 동반한 '의료대란'을 경험하면서 극심한 사회비용을 치른 바 있다"면서 2010년 이선희 이화의대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인용, "보건복지부에 대한 의사단체 임원의 신뢰 수준은 10점 척도를 기준으로 3.76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간호법안 제정 등을 대표적인 정책 갈등사례로 꼽은 노 객원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정책 추진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책을 알리고, 민주적 추진 절차를 마련하는 노력을 보이면 정부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대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의료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결정 과정 참여와 기능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노 객원교수는 "의료단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정책 역량과 공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확립하고, 관련 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대 국민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호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운영위원장은 "오랫동안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정책에 관해 실질적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고충과 앞으로 의협의 기능 강화 방안에 관해 설득력 있는 강의를 들려줬다"면서 "많은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의료정책최고위과정 3기를 수료한 김봉천 의협 기획 부회장도 청강생으로 참여, 강의를 경청했다. 김봉천 기획 부회장은 "보건복지부 재직 당시 가장 늦게 퇴근하면서 고뇌하던 (노홍인 전 실장의)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고위관료로서 코로나19 발병과 의료계 파업 상황 속에서 경험한 좀처럼 듣기 어려운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다"고 밝혔다.
정재원 의협 정책이사는 "오랜 공직 경험을 토대로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 수립과정에서 어떻게 참여할지를 잘 짚어줬다"면서 "의정최 과정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이 정책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