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진단명·진단코드 관리 '간호사 불법 인정' 철회해야"
1만 3828명 연대 탄원서, 심사평가원·보건복지부·법제처·국회 보건복지위 제출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를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업무로 인정하는 것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면허 취득을 위해 전국 66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1만여 학생의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간호사 업무 인정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10월 4일 밝혔다.
현재 의료질평가 대상인 종합병원에서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질평가 기준 중 '입원 시 상병(POA) 보고체계 운영' 항목에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인력으로 보건의료정보관리사뿐 아니라 간호사도 인정하면서 도화선이 됐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거한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고유업무다. 간호사를 인정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올해 초부터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렇다 할 개선책이 나오지 않자 지난 8월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간호사의 질병분류 업무 침탈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 간호사의 업무 침탈을 저지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비대위는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에 필요한 코딩 윤리 및 전문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간호사의 관리 인력 인정은 상식을 벗어날뿐 아니라, 정확한 진단코드 및 입원 시 상병(POA)수집을 통해 의료질향상을 도모하려는 평가 취지에 위배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보건의료빅데이터의 핵심 정보이자 질병 중증도 결정 및 의료질평가의 중요 변수인 진단코드를 적법한 면허를 가진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해당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교육받지 않은 간호사에게 관리하도록 불법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보건의료데이터의 품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의료질평가에서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를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업무로 인정하면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면허 취득을 위해 전국 66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1만여 학생의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간호 현장 이탈을 가속화시켜 간호사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위는 ▲2022년 의료질평가 운영 시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인력 배치' 증빙 서류로 제출한 간호사 직무기술서 불인정 ▲2023년 의료질평가 공고 시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인력 배치'지표의 관리 인력은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 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월부터 탄원서 서명 운동에 돌입, 1만 3828명의 동의와 서명을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연대 탄원서는 지난 9월 30일 심평원·보건복지부·법제처·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제출한 상태다.
박명화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공동비대위원장은 "금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 및 심평원에 개선 건의와 간호사 인정에 관한 법적 근거에 대한 질의를 수차례 했으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고, 어떠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회원과 학생들의 간곡한 요청을 전달하고자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지난 5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 등과 함께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대위 집회 및 기자회견'에 참여, 간호법 제정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8월 23일부터는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이하 보건의료연대)에 참여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업무를 침탈하고, 보건의료계의 혼란과 갈등을 돌이길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은 악법"이라면서 "13개 보건의료연대의 간절한 호소에도 국회가 간호법 심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400만 각 단체 회원들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간호사의 보건의료직역 업무 침해 사례로 방사선사의 영상장비 촬영업무, 임상병리사의 생리기능검사업무,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업무 등을 손꼽은 보건의료연대 "국민건강과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보건의료 직역간 업무와 역할을 정립하고, 초고령시대 의료중심 지역사회 통합건강돌봄체계 구축과 전체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공동의 대안을 마련해 나가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