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46억 원 횡령' 국민건강보험공단 '질타'

국감 '46억 원 횡령' 국민건강보험공단 '질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10.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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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건보공단 시스템 미비·도덕적 해이" 비판
강도태 이사장 "책임 통감…지급 권한 분리·승인 상향 개선"

(오른쪽)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오른쪽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의협신문
(오른쪽)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오른쪽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의협신문

"업무 보고에 앞서 최근 발생한 직원 횡령사건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죄송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초유의 46억 직원 횡령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국정감사를 치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단의 시스템 미비와 도덕적 해이를 짚었다. 강도태 공단 이사장은 거듭해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사건은 지난 9월 22일 건보공단이 원주경찰서에 형사고발 조치를 하면서 알려졌다. 

피의자는 채권자 또는 요양기관에 지급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계좌정보 등을 조작해 약 5개월간 수차례에 걸쳐 본인계좌로 입금했다. 

46억원에 달하는 큰돈을, 그것도 여러 번에 걸쳐 횡령할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된 것. 특히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건보공단은 국감 전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도태 공단 이사장은 10월 13일 원주 건보공단 본원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최근 발생한 직원 횡령 사건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드린다"면서 예견된 매맞기(?) 전 미리 고개를 숙였다.

강도태 이사장은 "공단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본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업무전반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재점검해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질의를 시작한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공단의 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인지 참담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최연숙 의원은 "지급 절차와 권한에서 문제가 있었다. 팀장 한 명이 신청·상신·결재 전 과정을 혼자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사업부서와 작업부서와의 상호 점검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가장 큰 잘못은 피의자지만 이런 시스템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횡령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피의자인 팀장에게 지급계좌 변경 등 전산권한을 부여한 것은 재정관리5팀뿐이 아니었다. 현금지출이 이뤄지는 여러 팀장에도 부여됐다"면서 "상호점검 체계가 미흡했다면, 공금횡령 사고 개연성이 상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역시 "업무 담당 팀장에게 있었던 계좌 변경 및 권한을 활용한 셀프 결재가 가능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사실 개인의 일탈로 보일 수 있지만, 공단의 미흡을 보여준 일이다. 그 어떠한 시스템도 그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공단의 과거 횡령 사건과 횡령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해당 직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일도 도마에 올랐다.

최혜영 의원은 "피의자인 최 팀장에게 횡령하느라 수고했다는 듯 400만원이 넘는 인건비 전액을 입금했다"며 "공단은 인건비 지급 전날 보수 등 지급 취소 등 행정조치를 했다고 했는데, 거짓 해명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 2010년 이후 발생한 횡령사건 5건 역시 적발 이후에도 몇 달간 급여가 지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현영 의원은 "과거에도 횡령 적발 후 수차례 급여가 지급됐음에도 제대로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았다"면서 "횡령 직원에 대한 급여지급 중단 및 퇴직금 전액환수 등 강도 높은 처분을 내리지 않으면 횡령 등 부당행위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은 피의자가 지난해 12월 표창장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사기를 크게 저하하는 일이다. 공기업에서의 46억 원 거액 횡령은 정말 보기 드문 사례다. 역대급"이라며 "근무기강과 도덕적 해이에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도태 이사장은 여러 차례의 질의에 "이사장으로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신뢰해주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다.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점 거듭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강 이사장은 "집행의 집중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금이 지출되는 모든 분야를 다 점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상호견제가 될 수 있도록 압류진료비 등 지급결정 권한을 재조정하고, 최종 승인결정권한을 기존 팀장에서 부장으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가 팀장 신분으로 지급 신청과 승인까지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다.

공단은 구체적인 재방 방지 대책으로 △실 예금주 등 금융결제원 계좌확인정보 자동저장 기능 보완 △지출원인행위 부서와 지출행위 부서 분리 조정 △현금지급업무 프로세스의 점검리스트 개발 및 점검을 통한 개선방안 도출 △사업부서와 지급부서 간 상호점검체계 구축 등 시스템개선 △ 내부감찰 등 통제시스템 강화 및 부패행위 신고제도 활성화 추진 △횡령사고 관련한 그동안의 무관용 원칙 엄중 적용·처벌 △회계관리시스템 강화 및 회계업무 관리강화를 위한 조직·인력 개편 등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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