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의학회, 37회 학술대회 성황…"노년기 생애 전반 살필 것"
노인의료 정책 일방통행식 벗어나 노인의학 전문가 의견 수렴 필요
은퇴의사 활용 머리맞대야…요양원·요양병원 환자 방문진료 허용해야
대한노인의학회가 노인들의 건강한 삶, 행복한 삶, 자립적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노년기 생애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노인의학회는 11월 6일 앰배서더 서울풀만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65세 이상 노인의료비는 40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2030년이면 9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하고, 질병 치료 위주에서 예방과 관리에 중점을 둔 질병 전 단계 케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인 관련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는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용범 회장, 이창훈 이사장(차기 회장), 김한수 부이사장(차차기 회장), 성상규 부회장, 방준경 부회장, 이은아 부회장, 이호익 인천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김용범 회장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정부 정책은 질병치료 위주에서 예방이나 케어 중심의 질병 전단계 정책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노인 관련 정책 수립시 노인의학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라며 "노인의학회에서는 새롭게 노인진료 현장에 진입하는 회원들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역사회 연계 모델로 방문진료 활성화도 모색하고 있다. 또 은퇴하는 의사들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적 문제 해결외에도 노인들의 삶의 질에 천착하겠다는 의지다.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노년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다.
이창훈 이사장은 "노년기 환자들은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에서 은퇴 후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학회가 무엇을 할지를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라며 "노년의 생활은 의사에게도 다가온다. 학회를 통해 배움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하겠지만, 노년기 의사들의 심적인 허탈감이나 무기력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학회가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랜 과제인 노인가산수가 산정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용범 회장은 "노인가산수가는 오래전부터 학회에서 주장하지만 올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며 "노인 진료에는 환자들의 연령 특성상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진찰료에 진료시간을 병산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 수가를 바로 높일 수 없다면 가산 포인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은 결국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진단이다. 은퇴의사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김용범 회장은 "정부가 획일적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진료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일방통행식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의료계의 전문가적 진단을 외면하면 안 된다"라며 "노인의료의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왕진이나 방문진료가 잘 안 되고 있다. 의사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수가도 그렇다. 은퇴 의사들의 재고용도 얼마든지 지역내에서 풀어갈 수 있다. 학회에서도 면밀히 살펴보겠다"라고 짚었다.
학회의 활동 방향과 지향점도 되새겼다.
이은아 부회장은 "노인의학회는 먼저 건강한 노인을 지향한다.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병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아픈 경우에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겠다. 아프고 우울한 노인이 아니라 의사들이 함께 그 분들의 삶 자체를 치유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겠다. 세 번째로는 자립적인 삶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라며 "노인정책은 도움을 준다는 데 한정되고 있다.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노인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의사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노인의 삶이라고 포기할 수 없다. 건강한 노인, 행복한 노인, 자립적인 노인을 위해 학회가 나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요양원·요양병원 환자들의 진료 사각지대 문제도 드러냈다.
성상규 부회장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외부진료가 안 된다. 환자들은 움직일 수 없는데 방문진료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분들에 대한 진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라며 "빠른 시간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문진료를 허용해야 한다. 대한민국 유일의 진료 사각지대다. 인권 차원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열린 제37회 추계학술대회에는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용범 회장은 "학술대회 프로그램 구성은 회원 교육 목적이 가장 크다. 5년마다 인증 갱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과를 돌아볼 수 있도록 강연을 마련한다"라며 "미래를 준비하는 회원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정서적 함양을 위한 인문학 강연 등 스스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연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회장은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치과·피부질환에 대한 이해와 곧 새로 출시되는 대상포진 예방백신 강연, 노인에서의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 최신지견, 코로나19 감염 후 롱코비드 관련 연제가 발표됐다"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문진료를 실제 운영하고 있는 실제 경험 사례 등도 접할 수 있으며, 치매에서 보일 수 있는 행동장애의 비약물치료, 노인우울증 강연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