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핀테크서 간소화 시행 중…중계기관 및 강제화 동의 못해
김종민 보험이사 "중계기관으로 심평원 불합리…법 취지에 위배"
금융위 "보험업계, 중계기관 선정 재검토 필요" 촉구
의료계가 민간 핀테크 업체에서 현재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시행중인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중계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11월 14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정무위원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점과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종민 보험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의료정보의 집적성·보안성·심평원 소프트웨어 활용성 등에 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이미 민간 핀테크 업체에서 현재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시행 중이며, 민간 업체에 맡기더라도 보안 문제가 전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이사는 "민간 핀테크 회사를 통해 청구간소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민간 G 핀테크사의 청구 건수 및 참여 의료기관 수는 각각 2022년 1분기 35만 7861건과 144개 기관에서 3분기 117만 2835건과 614개 기관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 핀테크 업체는 정보가 지나가는 길만 제공하고 이중 암호체계로 보완해 중계 서버에 저장되는 것은 오로지 언제 자료가 전송됐는지에 대한 통과 기록만 남아있다. 의료 정보가 집적이 되지 않아 보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최근 카카오 사태를 통해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존 운영 방식에 위기관리 서버만 추가한다면 어렵지 않게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공공데이터의 제공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도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중복되는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제공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심평원의 중계기관 참여는 동 법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국민의 건강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이사는 "심평원이 최근 5개월간 10개 보험사에 국민 건강정보 685만 건을 팔았다. 어떤 보험사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치 자료를 얻는데 고작 300만원을 지불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심평원은 공식적으로 건강 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이 공적 연구인지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개인정보위원회의 유권해석과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공했을 뿐이라는 답변했다"며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더라도 보안의 문제는 오히려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기존 심평원과 전국 9만 4000여개의 의료기관이 KT-EDI라는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있어 이를 활용하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의 반박도 이어졌다.
김 이사는 "심평원이 KT-EDI는 시장에서 사장된 기술로 현재 99.6%의 의료기관이 심평원과의 전용선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다"며 "심평원의 소프트웨어 활용은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 한정됐다. 실손보험 청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급여까지 커버하려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강제로 이행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 이사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강제로 이뤄지면 소액 보험금 청구 증가에 따른 보험사의 낙전수입(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청구하지 않아 발생하는 수입)이 감소할 것이며, 이는 환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로 이어지고 보험금 지급 증가로 연결된다"며 "또 환자의 진료정보 집적이 가능해지면 환자의 개인별 상태 파악이 용이해 환자의 보험 갱신 및 가입 거절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더불어 "실손보험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다 돼 가는 상황에서 이제 와서 보험회사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을 희망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는 이익 추구를 위해 보험료 인상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이사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 방안을 제언하며 "심평원 등 공공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고 정보의 집적과 심사기전이 없어야 한다"며 "민간 주도 형태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청구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민간 핀테크 업체의 청구 간소화 서비스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 등을 고려해 보험업계도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할지, 제3의 기관으로 할지, 민간 핀테크 기업으로 할지를 재검토하고, 의료계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융위 차원에서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만나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