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서 상담치료는 의료법에 배치...상담치료는 전문의사가 시행해야
절차조력인 자료열람 거부시 1년 이하 징역·1천만원 이하 벌금 과도
의협 "의료전문 영역은 전문가와 충분한 협의 통해 검토해야" 강조
대한의사협회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자등이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입원·퇴원등을 할 때 정신질환자등의 의사가 충실히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조력인제도를 신설하는 법안을 강력반대하고 나섰다.
또 자살방지 등과 같은 긴급한 사유로 상담·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등을 임시로 보호하면서 상담·치료 등을 지원하는 '위기지원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 10월 17일 정신질환자등을 위한 권리고지서 작성·배포, 상담·치료하기 위한 위기지원센터 설치, 입원·퇴원 시 절차조력인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법률안은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입원등을 하는 정신질환자등을 위한 권리고지서를 작성·배포하도록 함(안 제9조의2 신설) ▲자살방지 등과 같은 긴급한 사유로 상담·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등을 임시로 보호하면서 상담·치료 등을 지원하는 위기지원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함(안 제19조의2 신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자등이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입원·퇴원등을 할 때 정신질환자등의 의사가 충실히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조력인제도를 신설함(안 제38조의2 신설)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신질환자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은 의료전문 영역으로써 의료전문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검토해야 한다"며 강력 반대했다.
먼저 정신질환자에 대한 권리고지와 관련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정신질환자의 입원 시 환자의 권리에 대한 고지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처우개선 심사 청구서를 병동 내에 비치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라며 "개정안이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입원 등을 하는 정신질환자등을 위한 권리고지서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관련 조항 신설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기지원쉼터에 대해서도 의료법에 배치된다고 짚었다.
의협은 "의료행위는 의료법상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만 할 수 있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는 만큼 상담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하는 전문적 의료행위로서 개정안에서의 상담치료를 지원하는 쉼터 자체가 의료법에 배치되는 불법적 기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살방지 등과 같은 긴급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는 정신의학적으로 응급상황이며 이러한 응급상황에서는 즉각적으로 의료기관에서의 치료가 제공돼야 하며, 만약 즉각적인 대처가 되지 않을 경우 자해·타해는 물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치료기관으로서 '위기지원쉼터'는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개정안의 '위기지원쉼터'의 설치는 현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려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할 우려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위기지원쉼터'의 역할이 기존 정신건강증진시설과 차별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위기지원쉼터' 마련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기보다는 기존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예산 지원을 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은 물론 비용효과성 측면 등에서 더욱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차조력인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개정안의 '절차조력인' 역할은 이미 의료인과 진료보조인력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이며, 개정안에서 '절차조력인'의 지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현재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제도에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
의협은 "개정안과 같이 '절차조력인'에게 대면심사 요청 등의 권한을 부여하게 되면 정신질환자의 입원·퇴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절차조력인'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결정될 우려가 높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개정안에서 '절차조력인'이 정신질환자의 의료 및 신상에 관한 자료열람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은 진료기록 열람 등에 관한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진료정보의 불필요한 열람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으로서, 이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진료정보 유출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에게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개정안에서 '절차조력인'에 대해 어떠한 자격기준을 설정하지 않으면서 대면심사 요청, 진단·심사과정에의 참여 권한을 허용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현행 의료법 제12조제1항에서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법이나 다른 법령에서 따로 규정된 경우 외에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과 충돌되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