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재 의원, '순천의대·여수 대학병원 설립 특별법안' 대표발의
의협 "의무복무 실효성 부재·혈세 낭비…부실 교육 초래" 지적
9·4 합의 준수 촉구…지역 필수의료·의사인력 수급 해결 방안 제안
대한의사협회가 국립의대 설치 관련 특별법이 발의된 것에 대해 재차 강력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20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하기로 한 정부 및 여당(더불어민주당)과의 9·4합의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지난 11월 18일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라남도 소재 국립순천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하고,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병원은 전라남도 여수지역에 설립하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회재 의원은 "전라남도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설치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로, 심각한 의료인 수급 불균형과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증응급환자의 전원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및 대학병원을 설립해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지역의 공공의료기반을 확대하며, 전라남도 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진료 격차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은 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인력 증원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는 지역 격차 해소보다는 오히려 더 큰 부작용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2021년 인구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49년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됐으며, 이는 2029년부터 우리나라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2019년 통계청의 예상보다 8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연평균 2.6% 감소율)하고 있고, 우리나라 의사 수는 매년 3200여명이 추가로 배출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연평균 약 3% 증가율) 등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인구 감소 및 의사 인력 증가에 따라 인구 당 의사 수가 급격히 증가해 오히려 향후 의사 인력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OECD평균 5.9회),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등도 OECD평균보다 훨씬 나은 수치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서비스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인력의 적정 수급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의사 수에 대한 문제는 여러 이견이 존재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의대 입학에서 전문의 배출까지 최소 13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인력 수급을 위한 근본적 해결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수 및 지역의료(이하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의사인력 수급 정책 부재와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의료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
의협은 "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간과하고 특정분야 및 특정지역 의사 수가 부족하니 단순히 총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거나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전라남도 내에는 높은 수준의 종합병원 등이 충분히 존재하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대 및 대학병원 설립이 아니라 현존하는 의료기관이 지역에서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적자 보전 등과 같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의료기관 역량 강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의료인 기피현상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대책을 통해 취약지역에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충분한 보상·처우개선과 같은 유인기전을 마련하고, 의사 인력이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의료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역의사 양성 정책(의무복무)의 실효성 부재·혈세 낭비, 그리고 부실 교육 초래 및 타 의대와의 형평성 문제도 짚었다.
의협은 "특별법은 지역공공의료과정의 학생에게 학비 등을 비롯한 비용 지원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남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복무를 강제하고 있으나 이런 방식이 과연 지역의사 양성이라는 목표에 대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수도권 외 지역에서 의료인력 등 의료자원이 부족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실효성이 낮은 정책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을 설립하고 지역공공의료과정 학생에게 재정적 지원을 통해 한시적으로 지역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막대한 혈세만 낭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역 여건 상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며, 부실교육은 당사자인 학생들의 피해 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기존 의과대학과 달리, 특별법으로 국립순천대 의과대학을 설치할 경우 각 지역마다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법률안을 비롯해 유치 경쟁이 난립할 가능성이 크며, 의학교육 체계의 혼선 초래 및 입학정원, 예산지원 등과 관련해 기존의 다른 의과대학과 형평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4합의 준수도 요구했다.
지난 2020년 9월 4일, 정부 및 여당(더불어민주당)과 합의문 체결을 통해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키로 합의한 것을 지키라는 것.
의협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계의 헌신과 희생 속에서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의사들의 힘을 모아 어렵게 이루어낸 9.4합의를 존중한다"며 "특별법안을 통한 특정지역에 일방적인 의대 설립 시도는 이러한 합의를 위배하는 것으로 우선적으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그 이행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또 "특별법안은 의사인력 수급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지역 의료격차 및 지역 의료기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없이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을 유치하게 되면, 결국 의사·의과대학생, 일반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