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의원, '의료안마 서비스 제공'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발의
치료적 근거 없는 방문의료안마에 보험재정 낭비…국민 피해 우려
의사소견서·안마처방전 등 의사행위 개입시 청구 삭감 책임 불분명
지역사회에서 의료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의료는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인에 한해 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안마사가 '의료안마'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11월 25일 지역사회에서 전문적고 체계적인 재활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재가급여에 '방문의료안마'를 추가하고, 시설급여에 '의료안마'를 명시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장기요양급여의 종류를 재가급여, 시설급여, 특별현금급여로 구분하고, 재가급여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노후의 건강증진과 노인성 질병의 예방·완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활동 지원뿐만 아니라 통증개선, 신체기능 향상훈련, 재활교육, 상담 및 운동지도 등 다양한 방문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성이 있음에도 현행법상 의료안마서비스가 재가급여 및 시설급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이를 필요로 하는 재가급여 및 시설급여 이용자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방문의료안마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개호보험에서도 입소노인의 신체기능 향상 훈련 전문가인 기능훈련지도원으로 안마사를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예지 의원은 "재가급여에 방문의료안마를 추가하고 시설급여에 의료안마를 명시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활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단체는 방문의료안마는 의료적 근거가 전혀 없고, 안마사가 하는 안마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안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강력 반대했다.
의협은 먼저 의료안마서비스의 용어 부적절성을 짚었다.
안마에 '의료'라는 단어를 붙여 '의료안마'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의료행위를 의미하는 것인데,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의 방법적 측면과 안마사에 대한 관리 측면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의협은 "개정안에는 세부적인 보험적용의 방법론을 기술하고 있지 않다"면서 "보험적용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소견서나 안마처방전 등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고, 특히 처방전의 경우 통증부위, 강도, 횟수 등을 기입하게 된다면 이는 현행 물리치료 청구와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안마서비스의 수가를 현행 정액제에 포함 또는 별도 신설 등 책정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현행 물리치료 수가, 물리치료사 인건비와의 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의사소견서 혹은 안마처방전 등 의사행위가 전제되고 개입된다면, 청구 삭감의 경우 의사의 책임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고 법률의 미비함을 지적했다.
안마사 관리와 관련해서는 "의료법에 의한 안마사로 자격요건을 정하고 있고, 국가시험을 통해 국가 자격증을 주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질 관리와 안마사의 정기 교육 등 사후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마사에 대한 지도감독 및 책임 소재, 타 직역에 대한 형평성 문제, 보험재정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짚었다.
의협은 "의사 소견서나 안마처방전 등이 필요하다고 할 때, 물리치료사에 대한 의사의 지도감독권과 어떻게 차이를 둘 것인지 구분해야 하며, 안마로 인해 불미스러운 사고(병세 약화, 안마로 인한 통증발현, 인대 신경 손상, 심한 경우 골절 등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접골원, 스포츠마사지, 각종(경락·경혈)마사지, 일부 인정되지 않은 카이로프랙틱 등 안마와 유사한 분야에서도 형평성을 근거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에 포함을 요구하게 되는 문제뿐만 아니라 음향치료사·심리치료사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노인환자 관리와 치료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급여 포함 요청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급속한 고령화와 장기요양 지원 정책의 확대에 따라 재정이 부족한 상황으로 국가 지원 확대 등의 재원마련 계획 없이 서비스 제공만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머지않아 장기요양보험재원은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으로 의료 외적인 분야를 요양급여로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비용 효과성, 제도적 타당성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며 "실제 현장에서 필수적이고 더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학회 및 의사회도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보탰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소견서든 처방전이든 의사행위가 전제되고 개입된다면, 만약 삭감의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대한내과학회는 "노인장기요양에 방문의료안마를 추가하며 의료재활을 위해 안마사가 방문의료안마를 담당하고 관리·감독을 간호사가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안마사가 시행하는 안마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안마에 의해 진료시기를 늦출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며 반대했다.
대한재활의학회도 "방문의료안마는 의료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이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재활의료서비스가 아니다"라며 "치료적 근거가 없는 행위를 공공보험에서 포함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고갈로 연결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움이 꼭 필요한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