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회 "초음파 검사, 의학전문지식과 수련 필요"
이비인후과의사회 "오진으로 국민건강에 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2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각각 12월 27일, 28일 성명을 통해 "수련을 거치지 않은 무자격자의 초음파 진단이 국민 건강에 큰 위해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대법원판결을 규탄했다.
기소된 한의사는 자궁내막증 환자를 대상으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초음파 진단을 68회 시행했음에도 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쳤음에도,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환자에게 위해하지 않다"며 유죄를 인정한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외과의사회는 "암 환자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현대 의료장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초음파 기기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공배농, 흡앱배액, 조직검사 등의 치료과정이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하는 종합적인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장비라는 설명이다.
특히 "초음파기기는 조작하는 의사의 절대적인 주관에 의해 특정 부위를 접촉·확대·압박하며, 실시간으로 검사와 판독이 동시에 이뤄지는는 장비"라며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통합적 의학전문지식과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조작자의 실수로 오진이 발생하면 치료기회를 놓칠 수 있기에 보건위생상 큰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 장비 자체의 위험도만을 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판결을 근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대법원을 향해 "의학원리조차 무시하면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할만한 사정과 근거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하고, 잘못된 이번 판결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결자해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분노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향후 한의사 등 무자격자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정확한 진단이 보장되지 않는 진단행위는 그 자체로 환자에게 위해"라고 지적한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의료에서 진단과 치료는 별개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전과 달리 한의학 교육에 진단 의료기기 사용 과정이 일부 포함돼 있어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결 이유도 반박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에도 초음파 진단 과정이 있지만, 임상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한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수련과정을 거쳐야하고, 각 전문과마다 해부학적 구조·기능·생리 등 의학적 지식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전문적 수련을 받지 못한 한의사가 교육과정 중 수업을 이수했다고 해서 임상에서 초음파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대법원의 판단 기준은 면허 범위를 모호하게 만들어 의료체계와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파기환송심(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