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때문에 암 환자 된 자궁내막증식증 환자

한의사 초음파 때문에 암 환자 된 자궁내막증식증 환자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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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회 초음파 하고도 자궁내막암 알지 못해…그 한의원 현대의학 비방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국민 건강 후퇴·한의사 이권만 증진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의협신문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의협신문

지난 12월 22일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그런데 1심과 2심 판결문에 있는 환자의 오진 피해가 대법원 판결문과 8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에는 없다. 대법원은 발단이 된 사건의 맥락은 무시하고 초음파 진단기기는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을 믿고 지내던 환자는 보건위생상 큰 피해를 봤다. 이 피해자는 한의원에 가지 않았다면 암환자가 되지 않았을 환자다. 피해자의 신상이나 근황은 알지 못하지만, 기존 판결문에 정황이 충분히 드러나 있다.

1심 판결문의 기록은 이렇다. 피해자는 먼저 서울대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을 진단받았다. 그 뒤에 인터넷 광고를 접하고 자궁·난소 전문이라는 한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 이상 침과 한약 등 한방치료를 받았고, 한의사는 그 과정에서 총 68회에 걸쳐 자궁 초음파 촬영을 했으나 암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다. 2012년 7월에 산부인과에서 초음파검사를 받은 피해자는 의사로부터 덩어리가 보이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보라매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자궁내막증식증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로 암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이 필요하다. 부인과 암 전문의에 따르면 자궁내막증식증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비정형이 아닌 경우 5% 미만이고, 비정형은 30%까지 된다고 한다. 

초음파 검사는 이 한의사처럼 빈번하게 하지 않고, 보통 6개월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3개월 간격으로 실시한다. 호르몬 치료나 자궁 절제를 통해서 암으로 진행되지 않게 막는다. 드물게 임신과 출산이 필요한 일부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절제술을 하지 못하다가 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암이 발생해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피해자는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질환을 진단받고서도 한의사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자궁내막암이 2기까지 진행된 뒤에야 다시 의사에게 가서 암을 발견했다. 자궁내막암 2기에 대한 수술에는 자궁절제술뿐만 아니라 임파선 절제술 그리고 수술 후 방사선 치료까지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의 피해가 크다. 

한의사 제도가 있는 한국이나 중국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원의 인터넷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원래 다니던 서울대병원을 계속 다녔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호르몬 치료로 호전되지 못했더라도 수술 등을 통해서 암으로 진행되는 불상사는 막았을 것이다. 한의원에서 초음파만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서울대병원에서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주의를 들었을 환자는 최소한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서 자궁내막암 2기까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환자는 왜 서울대병원이 아닌 한의원을 선택했을까? 당시 피해자가 본 한의원 광고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현재 그 한의원 홈페이지에서는 자궁내막증식증에 관한 설명에서 현대의학 치료를 적극 비방하고 있다. 

OOOO한의원 홈페이지. 이 한의원은 자궁내막증식증 한방치료 효과에 관한 임상논문을 제시하면서 한약으로 치료해야 근본적인 치료 효과와 재발을 억제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의학 치료법은 재발과 유착 가능성이 있고, 수술 부작용이 있다며 한방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의협신문
OOOO한의원 홈페이지. 이 한의원은 자궁내막증식증 한방치료 효과에 관한 임상논문을 제시하면서 한약으로 치료해야 근본적인 치료 효과와 재발을 억제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의학 치료법은 재발과 유착 가능성이 있고, 수술 부작용이 있다며 한방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의협신문

그러면서 한방치료는 수술 없는 보존적 치료로 손상의 우려가 없고, 호르몬 불균형을 개선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고 재발을 방지하며,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회복시켜 정상적인 월경량과 주기를 되찾아 준다고 소개한다. 한약은 장기치료에도 부작용이 없고, 재발방지 효과가 크고, 자가면역력을 길러준다고 적혀있다. 

한의원 홈페이지 설명이 사실이라면 (부작용 우려가 있으며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될 수 있는) 호르몬 치료, (자궁내막이 손상될 수 있으며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자궁내막소파술, (피로, 요통, 무기력, 상실감 등의 각종 부작용이 있는) 자궁 적출술을 선택하면 바보다. 

산부인과의사는 나쁜 사람들인가? 하여간 한의원 주장대로라면 안전하고 재발위험이 없고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회복시켜준다는 한방치료는 산부인과의사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답이다. 

물론 실상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들을 꾀려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한의사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 초음파 기기 허용보다도 더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다.

한의원 측의 주장을 믿은 환자는 2년이 넘게 다니고도 완치가 아니라 자궁내막암 2기로 악화됐다. 그 과정에서 생식기를 통한 초음파 검사를 68회나 받고, 한방 치료에 많은 돈을 냈을 것이다. 발암 위험이 알려진 빈랑, 세신, 아리스톨로크산을 함유한 쥐방울덩굴속 한약재들의 경우처럼 한방치료 때문에 암이 발생할 확률을 높였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한의사 제도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진단과 치료만 허용되어야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한의학이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고발한 환자가 '보건위생상'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대법관들로 인해 사법부도 국민의 건강 보호에는 후퇴하고 한의사의 이권만 증진해 주었다.

한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한의학도 과학적이고 논문이 있다"는 주장에도 현혹되면 안 된다. 

중국 연구자들은 코로나19에 한약의 효과를 지지하는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국제학술지에 여러 임상시험 논문들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 고찰 논문들도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논문의 결론대로 한약의 효과를 믿었다면 국민을 억압하고 문을 걸어 잠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고 방역을 완화한 국가들보다 먼저 방역을 풀었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지나치게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가 갑자기 방역을 완화하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왜 중국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더 설명하자면, 한의학은 실제로는 중국산이고 연구 대부분은 중국에서 이루어지며 우리나라 한의사들도 중국 문헌에 의존한다. 한의사들이 질환 하나에 10억 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제작한 한의표준임상지침도 근거로 인용한 문헌 대부분 중국어 논문이고, 일부 영문 논문들도 대부분 중국에서 시행한 연구다. 

중국은 임상시험 데이터 조작이 만연하다고 알려졌는데, 2016년에는 의약품 허가 관련 임상시험 1622건을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조작된 데이터라는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었다. 2014년에는 중국 학술지에 발표된 840건의 침술에 대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 논문의 결론을 분석한 결과, 99.8%가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었다는 사실이 발표되기도 했다. 한의학 논문을 다른 의학 분야 논문과 동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한의학 논문도 신뢰하기 어렵다. 필자가 '한방가슴성형' 임상논문에서 표에 측정값들이 오류가 있다고 학술지에 제보했더니 논문이 철회된 적이 있다. 2017년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지>에 발표한 '코골이 대상자에게 비강사혈흡인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다기관 임상시험'이라는 세명대 한의대 연구팀의 논문은 표에 나온 측정값들이 죄다 엉터리라고 학술지 임원들에게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궁내막증식증에 관해 한의사들이 제기할만한 반론을 미리 지적해두자. 

자생한방병원의 한의사들은 2021년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자궁내막증식증에서 한약 치료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 - 중국 임상 연구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영어·한국어·중국어 임상시험 논문을 검색해서 총 15건의 임상시험 논문을 분석했는데 모두 중국어 논문이었다. 당연히 한약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 분야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중국어 논문의 결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믿지 못할 중국어 논문 외에는 제시할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전체적인 맥락을 모르고서는 설령 명망 있는 판사라 하더라도 한의사들의 거짓 주장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 결국은 안타깝게도 각자 스스로 한의사 제도가 없는 선진국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한의원은 없다고 여기고 지내야만 건강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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