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사회 29일 성명…"국민 건강권 침탈하는 경악스런 판결"
보건복지부·국회에 '면허범위에 따른 의료행위 구체적 법령 마련' 촉구
충청남도의사회가 12월 29일 성명을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2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환송했다"며 "이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의 건강권이 침탈되는 경악스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충남의사회는 "대법원의 판단은 전 세계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이원적 의료체계 즉, 의학·한방의 면허된 의료행위가 각각 존재하는 독특한 의료체계가 가져온 오류에서 비롯된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은 안타깝게도 초음파 의료기기 자체의 위해성만을 따져 그 의료행위에 정당성을 줬으니 법리적 해석을 근시안적으로 보고 내린 판단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자격자에 의한 초음파 기기의 오남용으로 인한 결과는 전적으로 이번 판결을 도출한 대법관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의사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 국회는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가져오는 불합리성을 인지하고 면허범위에 따른 의료행위의 구체적 법령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며 "더 나아가 전 세계 유일의 한의(韓醫) 인정 정책을 폐기하고 과학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의료일원화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 무면허의료행위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지난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환송했다.
충청남도의사회는 해당 판결에 대해 '의학과 한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의 건강권이 침탈되는 경악스러운 판결'이라고 결론짓고, 성명서를 통해 판결의 문제점을 밝히고 앞으로 국민건강에 끼칠 위해성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P한의사는 환자에게 2010. 3. 2.부터 2012. 6. 16.까지 총 68회 신체 내부 초음파 촬영을 하는 진찰을 하고 침 치료와 한약을 처방했다. 환자는 증상 호전이 없자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자궁내 덩어리가 관찰된다는 소견을 듣고 종합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P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료행위를 한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수용,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방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보았다. 또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으나, 진단은 중요한 의료행위여서 검사 내지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이 1, 2심 재판부가 명백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나무만 보고 의학이 이루는 숲은 보지 못하는 개탄스러운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해당한다고 반증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 및 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가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전 세계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이원적 의료체계 즉, 의학·한방의 면허된 의료행위가 각각 존재하는 독특한 의료체계가 가져온 오류에서 비롯된다.
대법관 소수 의견에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원심 판결에 손을 들어준 바 "우리의 의료체계는 여러 규정에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을 엄격히 구분하고 상호 면허된 영역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한 나라의 의료제도가 그 나라의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목적으로 하여 합목적적으로 체계화된 것으로서 국가로부터 의료에 관한 지식과 기술의 검증을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면허범위를 넘어선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적합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한, 한의사의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러한 진단행위 자체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원리가 한방인지 의학인지, 진단은 치료를 위한 준비단계라는 점에서 한의사가 학문적인 기초가 달라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의학적 진단행위를 함으로써 오진(誤診)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위의 견해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건강권을 가장 먼저 우선시하는 현명함을 보여주고 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은 안타깝게도 초음파 의료기기 자체의 위해성만을 따져 그 의료행위에 정당성을 주었으니 법리적 해석을 근시안적으로 보고 내린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인 K씨는 평등을 내세우며 "판사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는 가치가 같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은 과연 이 말에 대해 동의하는지 되묻고자 한다. 똑같은 무게와 모양의 망치라도 판사가 법정에서 두드리면 한 사람의 생명과 인생,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무거운 책임을 가지는 망치로 사용되는 것이다. 즉 그 사용자의 전문지식에 따른 자격과 권위 그리고 판단에 책임지는 자세가 그 망치의 가치를 전혀 다르게 평가되게 한다.
초음파 기기는 대법관들이 인정하듯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위해성이 없는 최첨단 기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할 진단 의료기기 일수도 있고 사기행위에 동원되는 단순 물리학적 기구일 수도 있다.
우리 의사들은 향후 무자격자에 의한 초음파 기기의 오남용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될지 극도의 우려를 금할 수 없고 이러한 결과는 전적으로 금번 판결을 도출한 대법관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충청남도의사회 전 회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가져오는 불합리성을 인지하고 면허범위에 따른 의료행위의 구체적 법령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전 세계 유일의 한의(韓醫) 인정 정책을 폐기하고 과학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의료일원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 12. 29.
충청남도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