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청주·제주 지방법원 등 "비의료인 문신시술 '위법'" 판단
법조계 "기존 하급심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영향 주지 않아"
국회 계류 문신사법 고려,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 늦어질 수도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더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허용 등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심리를 진행 중인 것이 알려져 의료계의 이목이 쏠린다.
[의협신문]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허용의 기존 하급심의 판결들을 다시한번 짚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할 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현재 국회에 발의된 문신사법에 관해 정리해봤다.
[기획]
1. 대법, '문신사 의료법 위반' 심리…하급심 유죄판결 영향줄까?
2. 끊이지 않는 문신 합법화 주장…의료계 '국민 건강' 우려
3. 국회 발의된 7개 문신사법의 내용과 의미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의 문신·반영구화장 시술의 위법 여부를 심리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기존 하급심이 관련 사건을 '유죄'로 본 판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비의료인의 문신행위에 관해 그동안 대다수의 하급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 2008년 부산지방법원은 A씨가 피부과 의사가 아님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사무실을 마련한 후 문신시술에 필요한 문신시술바늘 및 잉크, 소독용 에탄올, 바세린연고, 전기문신기 등 문신시술장비와 재료를 구입하고 문신시술을 시행한 사건을 두고 유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방법원은 2013년 의사 면허가 없는 B씨가 영리 목적으로 가슴 부위 표피 또는 진피에 타투머신을 이용, 잉크가 묻은 바늘을 찔러 색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문신한 후 그 대가로 40만원을 받기록 한 것을 포함해 총 294회에 걸쳐 문신을 하고, 그 대가로 총 931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징역 1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역시 2015년 비의료인인 피고 2명이 문신을 시술해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시행한 부분에 관해 각각 징역 2년과 벌금 300만원, 징역 1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 하급심은 유죄 판결 근거로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와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등을 언급했다.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에 따르면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해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에 대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에 징역에 처하며,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고 돼있다.
또 의료법 제27조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적시됐다.
2013년 청주지법 재판의 경우 B씨의 변호인은 "문신시술을 해주는 의사가 없고, 문신시술 방법에 안전성이 있어 보건위생상의 위험성이 적어 문신시술행위를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벌규정인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중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전단의 '의료행위' 부분에 '의료기술을 시행하는 행위' 외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피고인이 행한 문신시술행위는 시술과정에서 표피에만 색소가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전피에까지 색소가 주입되는 것이어서 그로 인한 출혈 및 세균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행위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위려가 있는 행위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처벌 조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문신시술 행위를 처벌하는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은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재판관 5:4 의견으로 문신사들의 헌법소원 사건을 기각했다.
이러한 판례에도 법조계에서는 기존 하급심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유죄라고 판결내린 사례가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진행되는 재판은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部)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못한 경우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부에서 재판함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C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사건은 중요한 사건과 기존 대법원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해야할 때다.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면 하급심에서 판단이 나뉘는 사건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라며 "기존 하급심의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밝혔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역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논의 시 하급심의 판결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하급심의 판결을 고려하고 하급심 판결 과정에서 나온 근거들을 충분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의료행위의 침습성을 주요하게 보고 다른 나라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 내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현재 국회에서 문신사법안이 다수 발의되고,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문신사의 처벌은 입법 결정의 문제인데 법원에서 앞장서서 방향을 강하게 제시하는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며 "국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판결이 늦춰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