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관이어 보건의료실장도 "현안 논의 기대"
정부 "필수의료, 추가재정 불가피…규제=지원 로직 지킬 것"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정기 대의원 총회에 대한 관심을 지속 표하고 있다. 민감 현안에 대해 '물꼬'를 틀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바탕이 되고 있는데, 실제 어느 정도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부가 의협 대의원 총회를 처음 언급한 것은 제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는 4월 23일 열리는 의협 대의원 총회 일정을 밝히며 "총회에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바람직한 인력 양성 방안이 무엇인지 전문가단체로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의료인력 확대로 미용성형 분야로 진출하거나 수도권 쏠림이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만으로는 국민의 건강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발언해 이슈가 됐다.
앞서 4차 회의 당시 이광래 대한의사협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필수의료 문제는 단순히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편협한 생각"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다소 강한 반박이 나온 것이기 때문.
수위 높은 발언에 일각에서는 4월까지 데드라인을 통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의협 대의원 총회'에 대한 기대감은 보건의료정책실장의 입에서도 연달아 나왔다.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안건의 경우, 의협 대의원 총회에서 당연히 논의할 거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작년 제74차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는 그간 논의를 중단했던 비대면 진료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결정은 의료현안협의체가 시작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됐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심사에 대한 한시 참여를 결정, 전문가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 및 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Review Committee, SRC) 위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각 현안별 전제조건이 붙었지만 의료계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은 사실. 현시점에서 보건복지부가 지속적으로 의협 정기총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임인택 실장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안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속도를 너무 내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밀어붙여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협의는 해봐야 할 문제다. 사회적 요구가 높다보니 이야기 자체를 안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정했다.
협의 없는 무리한 추진을 하기 보다는 의료계와의 논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 이를 위해 의협 정기총회에서의 논의가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원 확대 방식에 대한 복안을 묻는 질의에는 "2000년도 의약분업 당시 줄인 300명 정원을 복원시키는 방식으로 갈지, 조금 더 적게 할지 등은 방향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정원 문제 역시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할 생각은 없다. 논의는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논의 중인 의료인력이 필수의료 대책 중 하나라는 점과 함께 인력과 관련한 규제가 나온다면 재정은 반드시 따라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임 실장은 "필수의료인력을 재배치하고 적정 인력을 양성하는 것, 그리고 병원 내 전문의가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고 한다"며 "필수의료 정책은 로직이 있다. 규제를 하게되면 재정은 따라간다. 이러한 로직은 정확히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기존 건강보험에서 손실되는 부분들을 효율화·합리화해 필요한 곳으로 재정을 풀어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필수의료지원 대책에서 추가 재정은 불가피하다는 발언도 더했다.
임 실장은 "필수의료 추가 과제를 추진하는 데 재정이 필요하다면 추가 재정이 들어와야하는 문제"라며 "건보재정 손실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추가 재정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끝으로 "이슈의 성격상 갈등이 생기는 부분도 있고, 정부가 조정을 잘 해야하는 부분도 있다. 조정이 잘 안될 경우 사과를 하거나 투쟁을 하는 상황이 이어져 안타깝다"며 "가능한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해 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갈등관계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때보다 의협 정총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기대가 큰 가운데, 오는 23일 정부의 기대가 의료계의 논의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