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의사회 "산업·경제 앞세운 비대면 초진 요구...국민건강·생명 위협"
비대면진료 추적관찰 결과 응급실 내원·입원 위험도 증가...국회·업계 반성 촉구
비대면 초진을 허용해 달라는 플랫폼 업계의 움직임에 대한내과의사회가 일침을 놨다. 산업적·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국회 스타트업연구지원단체인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월 3일 비대면진료 초진을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1133)을 발의한 데 이어, 4월 18일 '비대면 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4월 13일부터 '비대면 진료 지키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 원격의료 TFT는 "일부 플랫폼의 감정에 호소하는 여론몰이와 플랫폼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비대면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플랫폼 업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내과의사회는 "인증되지 않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국회도 검증하지 않은 제도 시행으로 생길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안을 계류했다"며 "정부도 무리한 입법에 앞서 시범사업을 먼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짚었다.
"비대면 진료는 감염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처"라고 언급한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 참석자들은 배달이나 교통 플랫폼을 예시로 들며 편리성을 강조했지만, 진료의 목적을 신속·편의로 추구하는 것은 위험천만하고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시간적 제약을 받는 환자들의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플랫폼업계의 주장에는 "외국에서는 공간적 제약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 및 초진으로도 급성기 질환의 진료 및 처방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에서 4000만명 이상의 환자를 추적 연구한 결과, 비대면진료 환자가 대면진료 환자보다 응급실 내원과 입원 위험도가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의료선진국 대부분이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몇몇 국가의 사례를 전체로 확대한 왜곡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내과의사회는 "초진이 허용된 일본에서도 50여년간 각종 시범사업과 평가를 통해 제도화를 추진했고, 현재도 수정 보완해 나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시기에 처음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우리나라에서 짧은 기간의 결과만 보고 섣부르게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기나 매체 이용에 미숙한 고령층이 진료에서 소외돼 국민의 보편적 건강 추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플랫폼 난립과 과당 경쟁이 초래한 여러 불법 행위들이 의료계 법질서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산업적 측면만을 중시해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플랫폼 관리를 등한시하며 오히려 플랫폼 부추기기에 일조하는 정부와 국회는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원칙을 세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