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상 업무 범위 기존과 동일? "처우 개선안도 거부하고 왜 제정하나"
간호조무사협회장 "간호법 철폐" 무기한 단식 돌입…"13개 단체장 동참" 예고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더불어민주당과 간호협회가 정부-여당의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4월 25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협이 정부-여당이 마련한 간호사 처우개선안(간호법 중재안)이 아닌 원안을 밀어붙이는 저의를 지적했다. 이날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13개 단체의 간호법 원안 반대에 대해 “400만의 보건복지의료인, 400만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이필수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상임위원장(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 제정의 핵심 목적은 결국 기득권 간호사가 돌봄 사업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보건의료계의 격렬한 대치 구도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배제한 채, 다수 의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앞세우고 있다. 간협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건의료인 단체가 반대하는 문제투성이 원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필수 위원장은 간협을 향해 "정부와 여당의 중재 의지를 수용해 대승적으로 양보한 보건복지의료연대와는 다르게, 합리적 중재안마저 거부한 간협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면서 "간호사 처우 개선을 강화한 중재안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간호법 추진 목적이 간호사 처우 개선이 아니었음이 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도 "중범죄·성범죄로 한정해 면허를 취소하는, 국민 법 감정에도 부합하고 과잉입법 논란도 피할 수 있는 중재안이 마련됐음에도 민주당은 수용 없이 원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는 면허제도의 형평성이나 국민 법 감정보다도 의료인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에서 법을 만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장인호 공동상임위원장(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도 "간호법은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간협의 주장에 일침을 놨다.
"간호법 내 간호사 업무는 의료법과 동일하므로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간호법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 꼬집은 장인호 공동상임위원장은 "간호사 단일 직역만을 위한 법을 제정하면 향후 개정이나 시행령 조정 등을 통해 얼마든지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할 수 있다"며 "간협에서 주장하는 대로 간호사의 업무가 현행 의료법 규정과 같고 앞으로도 바뀔 여지가 없다면 왜 간호법을 제정하려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장인호 공동상임위원장은 "간호법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간협의 거짓 주장으로 결국에는 정부가 나서서 공약에 없었음을 국민에게 알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서 "간호사는 타 직역 업무를 침탈하지 않는다거나 간호사의 타 직역 업무 침탈은 의사가 간호사에게 교사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거짓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극복에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의료기사들도 헌신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한 의사들은 생을 달리했다"고 밝힌 장인호 위원장은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PCR 검사는 간호사가 아닌 임상병리사들의 업무다. 하루 60만건의 검사를 시행하는 등 수많은 소수 직역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곽지연 공동상임위원장(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을 규정한 간호법안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철폐를 요구했다.
곽지연 위원장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은 규제개혁위원회와 헌법재판소도 그 위헌성을 인정했다. 간호법은 간호라는 이름 아래 계급을 두어, 간호조무사를 부리며 오롯이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의도"라면서 "간협은 자신들의 지도하에 있어야 한다는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직역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지역사회 돌봄 사업에 진출했을 때 사실상 경쟁 관계에 놓일 요양 및 복지단체들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않는 것은 의도적"이라고 꼬집었다.
"의사와 타 직역들을 매도하고, 국민을 돌봐야 할 보건의료직역을 갈라치고, 약소직역을 억압하는 것은 어느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치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힌 곽지연 위원장은 "아무리 분열을 획책해도 우리(보건복지의료연대)의 단결대오는 더욱 굳건할 것이다. 오는 4월 27일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총파업을 포함해 동원 가능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각 보건복지의료단체장들도 독립 간호법안 제정의 문제점을 성토했다.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간호법 10조·11조는 의료기사 및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직종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많다.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가 명확하지 못해 시행령에 '의료기사 업무는 제외'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간호법안을 제정하려는 간협의 저의에 의구심을 표했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도 "응급구조사는 구급차 및 병원 전단계에서 특수한 상황과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는 전문인력이다. 그러나 구급대원 250명 채용 공고에 응급구조사 500명이 응시한 데 비해 3500명의 간호사가 지원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간호법안이 원안대로 제정된다면 간호사의 응급구조사 업무 침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소수직역단체 대표로서 끝까지 간호법 저지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달 요양보호사중앙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요양보호사도 일자리에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간호사는 의료법에,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에 따르는데, 관련법이 명백히 다른 요양보호사를 간호사가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간협이 말하는 '부모돌봄'은 도대체 기존의 요양 및 재가시설을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서 현 시설에 취업하겠다는 것인지, 자신들이 시설을 개설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현철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수석부회장도 "간호법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관련이 깊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까지 간호사가 통제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생명을 걸고 헌신한 의료인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높여주어야 한다"며 간호법안 폐기를 제언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도 "간호법으로 인해 소수직역이 병원 현장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 어떻게 한 팀으로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나?"고 반문한 뒤 "타 직종을 침해하는 법안을 철회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해 서로 충분히 의견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박명하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원안이 통과될 위기에 있다. 이날 간호법이 통과되면 이필수 의협회장을 비롯한 각 단체장들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13개 보건의료단체의 진실한 마음과 절실함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파업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지만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절실하다. 13개 단체와 연대해 파업 시기, 방법, 범위 등을 논의해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간호조무사협회는 국회 앞에서 1000명의 대표자 회원들과 함께 일일 연가 파업 투쟁과 집회를 열어 간호법안 철폐를 요구했다. 곽지연 간무협회장은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과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곽지연 간무협회장은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간호 인력인 간호조무사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가 너무도 힘들다. 지금은 어두운 텐트 안으로 들어가지만,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등 타 직역에게 부당하다는 게 온 세상에 알라졌을 때 밝은 곳으로 나오겠다"면서 "간호법을 폐기하거나 중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