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수가 협상, 올해는 더 깜깜

예측불허 수가 협상, 올해는 더 깜깜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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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조원 건보 누적 재정 놓고, 가입자·공급자 '동상이몽'...정부도 "고민"
1차 협상 목전 와서야 재정위 구성 ...전략 커녕 분위기도 오리무중
지난해 총 진료비 증가율 6개 유형 중 최고...의원급 상황 더 어렵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등 6개 의약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1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상견례를 갖고,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6개 의약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인상률 결정을 위한, 수가 협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여느 해가 그렇지 않았겠느냐만 올해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건강보험 제도를 둘러싼 정책 환경이 만만치 않은데다, 정부 안팎의 협상 준비상황도 더딘 탓이다. 의원급 유형의 경우 더 큰 난관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등 6개 의약단체와 건보공단은 지난 11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상견례를 갖고,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수가협상 마감시한은 오는 5월 31일로, 의약단체와 공단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체제에 돌입한다. 

건보 재정수지 2년 연속 흑자, 용처 놓고 '동상이몽'

건강보험 재정 수지만 놓고 보자면 올해 수가협상이 예년보다 어려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건보 재정수지는 2021년과 2022년 연속 흑자를 기록, 현재 24조원 규모의 안정적 누적 재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가입자와 공급자의 입장은 맞선다. 

코로나19 상황 속 어려워진 경제 여건과 가벼워진 가입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특수 속 배려받지 못한 의료계에 대해 전체적인 수가 현실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제대로 이뤄지는 첫 수가, 보험료 조정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시선도 존재한다. 새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운영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도 변수로, 선거 전 뿌려질 보험료 인상 통지서의 무게를 놓고도 셈법이 복잡하다.

최근 5년 의원 유형 수가협상 결과 ⓒ의협신문
최근 5년 의원 유형 수가협상 결과 ⓒ의협신문

정부는 건강보험 긴축 재정 기조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못지 않게, 미래 세대를 위해 그 지속 가능성에도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무대리는 "건보 재정수지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를 두고 가입자는 보험료를 덜 올리길 기대하고, 공급자는 수가인상 등에 사용하기를 바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올해 수가협상은 역대급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금번 수가협상을 둘러싼 의료계의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못지 않게,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도 방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재정위 구성, 1차 협상 앞두고 부랴부랴...가입자 전략 예측불허

수가협상장 안팎의 상황도 깜깜이다. 

가입자를 대리해 협상에 임하는 건보공단의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데다, 가입자 대의기구로서 공급자에 맞서 사실상 수가협상의 다른 한 축을 끌어가는 '재정운영위원회'마저 구성이 늦어진 탓이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통상 4월 중 구성되어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 이전에 수가협상의 원칙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공유한다. 그러나 올해는 1차 협상이 목전에 온 15일에서야 재정위 명단이 확정됐다. 

수가협상 중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밖으로 나서는 대한개원의협의회 수가협상단. 지난해 의원급 수가협상은 대개협 수가협상단이 맡아 진행했으나, 막판까지 보험자와의 협의에 이르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대개협 협상단은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반발해 사퇴의사를 밝혔고, 협상권을 대한의사협회로 반납했다.  ⓒ의협신문
수가협상 중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밖으로 나서는 대한개원의협의회 수가협상단. 지난해 의원급 수가협상은 대개협 수가협상단이 맡아 진행했으나, 막판까지 보험자와의 협의에 이르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대개협 협상단은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반발해 사퇴의사를 밝혔고, 협상권을 대한의사협회로 반납했다.  ⓒ의협신문

당초 공단은 수가협상의 불공성을 지적하는 공급자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자, 앞서 진행한 제도발전협의체와 공급자·가입자 간담회 결과를 반영해 올해부터는 이전과 다른 협상구조를 가져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불통 협상'이라는 비판에 맞서 올해에는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단체장 상견례 이전에 공급자·가입자·건보공단이 별도로 만나, 각 단체의 의료현장 실태와 경영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고 수가협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재정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이런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총 진료비 증가율 6개 유형 최고...의원급 상황 더 어렵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원급의 상황은 조금 더 어렵다. 총 진료비 현황 등 경영상황을 살피는 지표 값에서 타 유형에 비해 불리한 통지표를 받아든 탓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의원급 유형의 지난해 총진료비 증가율은 22.6%로, 수가협상 대상 6개 유형 가운데 가장 높다.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이 고려된 수치지만 통상 가입자가 총 진료비 증가율을 의료기관 경영상황의 바로미터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과정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2022년 전체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 증가율은 평균 9.5%로, 의원과 더불어 약국(11.5%)이 평균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병원과 치과, 한방의료기관은 5% 미만의 진료비 증가율을 보였다.  

의약단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가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의원급 유형 수가협상을 담당하는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또한 11일 공식적인 첫 회의를 시작으로, 연일 전략 모색에 힘쓰고 있다. 

공단과 의약단체는 18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으로, 의협은 18일 오후 4시 공단 협상단과 1차 협상에 나선다. 

ⓒ의협신문
의협 수가협상단이 11일 저녁 의원 유형 협상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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