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의사회 "비대면 오진 책임 규정도 없어…누굴 위한 법안인가"
"의료접근성 높은데 비대면 진료? 도서·산간부터 단계적 추진" 촉구
"진료는 환자가 진료실에 걸어 들어오는 순간 시작된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가 부분적으로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는 시범사업 안에 반대를 표명했다.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5월 17일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 따르면 재진을 원칙으로 하되 △거동이나 외출이 불편한 중환자 △감염병 확진 환자 △야간·휴일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5월 18일 성명서를 내고 "소아환자에게 비대면 초진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외출이 힘든 중환자를 비대면으로 초진 진료를 하는 것도 의료 관점에서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진료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진료실에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되며, 문진은 당연하고 이학적 검사 등 의사들의 손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짚은 신경외과의사회는 "조그만 모니터와 카메라에 의존해 보이는 모습과, 목소리에 의존한 진료는 오진 위험성을 수반한다"고 꼬집었다.
또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나 과실의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비대면 초진 허용으로 환자와 의사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일침을 뒀다.
특히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뛰어나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는 영토가 넓고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필요한 시스템인데, 대한민국은 하루에 5명의 전문의를 만나는 진료가 가능한 나라로, 전 세계에서 의료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 중 하나"라며 "코로나19 때 비대면 진료는 이미 진단된 병명의 환자였고, 전염의 위험성이 있었기에 의미가 있었을 뿐"이라고 짚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는 이렇게 졸속으로 급히 서둘러야 하는 긴급한 보건의료정책이라 볼 수 없다"며 "향후 비대면 진료를 시작하려면 우선 섬이나 산간벽지 소재 의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문제점을 보완하며 확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