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이 공적 기관이라고?"…실손 보험법 토론회 '격론'

"보험개발원이 공적 기관이라고?"…실손 보험법 토론회 '격론'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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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사 수익 극대화 역할' 보험개발원 중계기관 위험천만...심평원도 안돼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 "6개월간의 논의 무시한 보험업계 규탄, 대화 나서길"
"보험사가 우릴 위한다고요?" 뿌리 깊은 불신, 난치성·중증 질환자 성토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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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보험업법 개정안(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국회 긴급토론회에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모였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최근 급물살을 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 측 패널이 "보험개발원은 공적 기관"이라 발언,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했다. 

플로어에서도 암이나 루게릭병 등 중증·난치성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환자들이 자리해, 민간보험사를 향한 강한 분노와 불신을 표출하고 법안을 추진한 국회를 규탄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국회 긴급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과 진보당 강성희 의원, 각종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공동주최로 5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굉장히 예민하면서도 복잡한 내용이니 내부적인 합의를 위해 아직 결론을 내선 안 된다고 피력했음에도 너무도 쉽게 통과됐다. '실손청구 간소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논의되고 발의되다 보니 법안의 진면모에 대해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며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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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발제를 통해 개인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강제전송하는 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사이기도 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민영보험사 포괄적 개인진료 정보 강제전송, 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열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보험사가 주장하는 소비자 편익은 허상일 뿐"이라며 "이제까지 보험사의 선의나 신뢰가 전혀 없었는데, 사기업 연합체이자 민간보험사 수익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는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된 것은 사설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또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식별 가능성이 높아져 정보보호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설령 전송한다 해도 환자의 선택에 따라 이뤄져야지 의료기관이 강제로 전송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송 대행 기관은 보험사가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도 없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는 불가하다"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실손보험 문제 논의는 국민건강보험과의 관계를 고려해 복지부에서 주도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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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변호사(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 민간보험사들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법안에서 명문화해야 하는 근본적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다음 발제는 '실손의료보험청구 간소화와 정보인권보호'를 주제로, 참여연대에서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기도 한 이찬진 변호사가 맡았다. 이찬진 변호사는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사들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을 법률에 명문화해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편익을 정부와 입법부에서 실현해 줄 이유가 없으며, 정무위 법안 소위 회의록 어디에도 이런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

이어 "개인정보를 전자자료로서 민간에 집적시키는 것은 디지털 프로파일링을 통한 식별화를 가능케 한다. 진료기관이나 연구기관이 아닌 민간 보험사에 내 민감한 정보를, 비급여 일체에 대한 내역을 보내는 것에 동의할지 여부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찬진 변호사는 "심지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며 "의사는 환자와 고도의 신뢰 관계를 갖고 있는 '선의의 대행자'로서 사명감과 의무가 있다. 의사가 환자의 민감정보를 제3자에게 주도록 강제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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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그간의 논의과정을 무시한 보험업계를 규탄,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화는 이름부터 작명을 잘못했다. '5000원 1만원 등 그간 받지 못했던 소액을 받게 해 준다'는 프레임을 씌울 것이 아니라, '당신의 정보를 5000원 1만원 소액에 팔려 한다'는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이런 자리가 이제야 생겼다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11번에 걸친 회의를 통해 중계기관이 없는 허브 형태로 국민이 바라는 빠르고 간편한 청구 간소화를 제안했고,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전자차트 업체와 핀테크 업체의 빠른 성장을 고려하면 전체의 80% 규모를 담당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자료도 제시했다"고 돌이킨 김종민 보험이사는 "의료계와 6개월간 진행한 논의를 무시한 보험업계를 강력히 규탄한다. 보험업계는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제와 패널토론 대한 금융위원회 측의 답변은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뭇매를 맞았다.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환자의 EMR 데이터는 모든 환자에 대해서가 아니라 보험 계약자가 실손청구 목적으로 요청한 경우에만 전송된다. 원하지 않으면 보험 계약자가 청구하지 않으면 된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함께 위원회를 만들어 데이터 표준화와 전송 방식을 논의해 반영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민간보험사들이 국민들의 데이터를 집적해 가입·지급 거절 등 수익 창출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안에는 목적 외 사용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법이 있어도 범법자들이 있듯이 100% 보장은 할 수 없지만, 법에는 금지안이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은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의료계만 반대한다는 프레임을 씌워왔는데, 시민사회에서도 오래전부터 반대해 왔다"고 밝히며 "보험업계 관계자의 모 언론 인터뷰를 보면 보험료 지급 삭감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그간 민간이 이용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회사가 헬스케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보험업계의 진짜 의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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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이 "보험개발원은 공적 기관"이라고 발언하자 발제자와 패널들, 플로어 방청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특히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이 "민간 플랫폼업체를 전송대행업체로 하기보다 그나마 공적인 역할을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기원이나 보험개발원을 중계 기관으로 이용하자는 취지"라고 발언하자 플로어에서 "보험개발원이 무슨 공적 기관입니까!"라고 외치는 등 소요가 일었다.

김승진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보험회사가 공적 기관이란 발언에 반드시 해명을 요구한다"고 일갈했고,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은 "보험개발원은 보험회사가 출자해 설립했고 재벌 보험사 사장들이 임원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보험개발원 홈페이지에서도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라며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는데 공적 기관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보험개발원이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적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해명한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이 "처음에는 심평원을 통해서 하려 했는데 의료계가 반대해서 어쩔 수 없었다. 보험개발원이 아니라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한다고 하면 우리(금융위)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이자, 패널들과 플로어의 방청객들은 "당연히 보험개발원과 심평원 둘 다 안 될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 자리한 환자들도 보험사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법안의 추진을 개탄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보험 보장이 절실한 난치성·중증 질환 환자들의 지급 거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보험사가 가입자 편익을 위해 청구간소화를 추진한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며 "청구 간소화를 누가, 어떻게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간 행태를 봤을 때 보험사가 가입자의 편익을 위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순천에서 올라온 한 시민은 "나처럼 70 먹은 노인들은 보험사의 협박이 무서워서 실손 청구를 못 한다.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청구 과정이 아니라 지급 과정을 간소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험회사와 소비자 간 서로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심한데,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더욱 기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플로어에서 나온 한 시민도 "계속된 암 재발로 작년에 수술했는데, 정말 다시 쓰러질 정도로 보험사와 많이 싸웠다. 수술이 끝나고 살아나면서 '부지급 전담팀'으로 넘겨졌는데, 모든 보험사마다 다 있다"고 전하며 "실손보험 간소화는 절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휠체어에 위중한 몸을 이끌고 참석한 한 루게릭병 생존자는 "실손청구 간소화 법은 불법을 합법화시키려는 위장된 전술"이라며 "이런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가슴이 아프고, 다른 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단체는 다음과 같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노총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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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중증 또는 난치성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거 참석해 보험사를 규탄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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