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방사선량 23% 증가는 의료인 탓? "두통환자 MRI만 40배 증가"
의원협회 "주요 선진국도 보수교육 규정 없어…실효성 있는 대책" 요구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방사선 전문가 단체들이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2년 주기 보수교육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내왔음에도 질병관리청이 2년 주기 교육을 고수하자, 대한의원협회가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의원협회는 협회 회원들과 의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X-레이 기기를 사용하는 개원의를 비롯한 550명의 연명서를 모아 6월 20일 감사원에 제출하고, 질병청의 방사선 안전관리 업무 전반과 업무 태만 및 직권 남용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지난 2020년 12월 의료법 제37조의 개정으로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는 주기적으로 보수교육을 받게 됐는데, 질병청이 2021년 7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교육 및 교육기관 지정 고시'(방사선 교육 고시)를 제정함에 따라 2023년부터는 1회의 선임교육뿐 아니라 2년마다 보수교육 이수가 의무화됐다.
질병청은 방사선 교육 고시 제정 근거로 2016년 대비 2019년 국민 의료방사선 유효선량이 23.5% 증가(1.96mSv→2.42mSv)했고, 타 국가와 비교해도 높다고 제시했다.
의원협회는 "유효선량과 피폭선량이 대폭 증가한 원인을 의료기관과 교육 탓으로 돌려 타당한 근거 없이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며 "국내외 학술지 그 어디에도 2년 주기 보수교육이 방사선 유효선량·피폭선량을 유의하게 저감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외국 사례를 살펴봐도 극히 일부 국가 일부 직종에 한해 주기적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텍사스를 포함한 몇 개의 주에서만 유방촬영 판독의에 한해 3년마다 보수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의료방사선 관련 의료인은 1회의 교육만 받는다. 영국에서도 단 1회의 교육만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3년 주기 교육이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다. 다른 국가들을 살펴봐도 대부분 주기적 보수교육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협회는 외국에서 의료방사선량이 매년 유의하게 감소한 것은 과도한 교육이 아닌 진료관행 변화, 검사 보상액 축소, 불필요한 검사 감축 등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원협회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 중 의원급 의료기관이 90%(4만 1260곳 중 3만 7208곳)인데, 방사선 장비는 흉부 X선을 비롯한 일반촬영 기기가 대부분이다. 전신 CT 장비를 설치한 의원은 전체의 0.16%(587곳)에 불과하다"며 "원자력법령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아주 작은 실수로도 방사능이나 유독성 물질이 유출돼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2년 주기 보수 교육을 규정했는데 이를 의료기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원장이 홀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의원급 의료기관에 과도한 교육을 강제한다면, 그만큼 진료 시간이 줄어 막대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며 "실제로 질병청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안전관리책임자 보수교육을 2년 주기로 시행할 때 피규제자의 직접 비용은 175억 265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연간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피교육생이 3만 7000여명이며, 강의료만 연간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케어 시행 이후 MRI를 촬영한 두통환자수를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2017년 330명에서 2020년 1만 4027명으로 무려 42배가 증가했다. 병원급에서는 40배, 종합병원은 11배, 상급종합병원에서도 3배 증가했다"고 짚은 의원협회는 "숙련된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들의 행위가 갑자기 변할 리 만무한데, 책임자(의료인)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방사선 피폭량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실효성 있는 저감대책을 실행하지도 않고 2년 주기 교육을 강행한 질병청을 규탄했다.
한편,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방사선의학재단 역시 "2년 주기의 보수 교육은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하므로 진단참고수준 설정 주기 정도인 5년이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