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 공개...10명 중 9명 "CCTV 강제화 반대"
진료위축·수술시 집중도 저하 우려도...환자보호 한다더니 되레 피해
이필수 회장 "전 세계 유례없는 부당한 제도...헌법소원, 끝까지 간다"
의사 10명 중 9명이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CTV를 통해 수술장면을 촬영하는 일은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에 해당하며, 의료진의 진료위축과 소극적 진료, 수술시 집중도 저하 등을 야기해 궁극적으로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응답자의 절반은 제도 강행시 수술방 폐쇄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수술 의료기관 감소 현상에 더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외과의사 기피현상 또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사회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수술실 CCTV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의뢰로,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해 9월 8일∼18일 10일간 진행됐다. 설문조사에는 의사 1267명이 참여했다.
수술실 CCTV는 인권침해...본인·가족 수술때도 촬영 거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9명 이상(93.2%)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료진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며, 진료위축과 수술시 집중도 저하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응답자의 51.9%가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 49.2%가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을 그 이유로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본인 또는 가족 수술시 CCTV 촬영에 동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1.9%는 거절하겠다고 답했다.
진료위축·집중저하 등 진료 지장,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CCTV 설치 의무화가 진료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들은 CCTV 의무화시 진료위축과 소극적 진료를 야기하고(44.5%), 수술시 집중도 저하(29.8%)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소송과 의료분쟁 발생(42.4%)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고, 환자의 민간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37.6%)는데도 우려를 나타냈다.
의사 10명 중 5명, 수술실 CCTV 강행시 수술장 폐쇄도 고려
설문에 참여한 의사의 절반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강행시 현재 운영 중인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도 답했다. 제도 시행이 자칫 수술 의료기관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외과의사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90.7%가 동의를 표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보다는 대리수술 처벌 강화(64%), 수술실 입구 CCTV 설치(39.8%),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의무화(39.2%), 자율정화 활성화(20.5%) 등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법 개정 배경이 된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의료기관 내 자율정화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제도 시행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 시행 한달 전에야 지침 제공...모호한 규정에 현장 혼란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는데도 다수 의료인들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 한달을 앞두고서야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지침을 일선 병의원에 제공했는데 설치·운영 기준과 안전관리조치 관련 규정이 여전히 모호해 일선 현장에 혼란이 있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의사 응답자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 설치·운영 기준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 가능성(75.5%), 안전관리조치 모호로 인한 의료법 위반 가능성(62%)을 꼽았다.
"CCTV 강제화, 전세계 유례없어...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 계속"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전세계 어디에도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화한 국가는 없다"며 그 부당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환자와 의사간 신뢰관계를 저해하며 필수의료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진료 위축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헌법소원을 통해 법률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제도 시행에 따른 회원 피해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낸 바 있다.
이필수 회장은 "개정 의료법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의사의 인격권과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통해 개정 법률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는 한편, 부당한 제도를 반드시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개정 의료법은 9월 25일자로 효력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