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박리, 살리지 못한 제가 죄인입니다…뺑뺑이라고요?"

"대동맥박리, 살리지 못한 제가 죄인입니다…뺑뺑이라고요?"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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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박리 수술 7일 만에 사망…유족 "전공의 사직과 뺑뺑이 탓" 국민권익위로
흉부외과 전문의 "사망률 높은 심장 수술, 계속 할 수 있을까 자괴감"
응급의학회 "3시간 30분, 큰 지연 아냐…흉부외과 전공의? 원래 적었다"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소위 '응급실 뺑뺑이'와 전공의 사직으로 대동맥박리 환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해당 환자를 수술했던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자괴감을 호소했다. 자신이 환자를 살리지 못해 모든 흉부외과 전문의들에게 폐가 됐고, 앞으로 심장 수술을 계속해 나가기 두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50대 남성 A씨는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송돼 대동맥박리 수술을 받았고, 7일 만인 4월 1일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A씨는 평소 수영을 꾸준히 해왔고 심혈관 관련 지병도 없었기에 소생 가능성이 높았는데, 전공의 이탈과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렀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A씨를 수술했던 흉부외과 전문의 B씨는 11일 개인 SNS를 통해 "제 능력 부족으로 사망한 환자분의 명복을 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대동맥수술이 가능한 모든 흉부외과 선생님들은 최대한 많은 환자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제 부족 탓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 전문의는 "제가 살리지 못한 탓에 이송을 못 받은 병원들을 다 조사한다하니 너무 죄송하다"며 "사망률이 높은 수술을 하는 것 또한 흉부외과 의사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응급환자·중환자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텐데 이제는 정말 심장수술을 지방 종합병원에서, 제 인생에서 그만둬야할 때가 된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며 "이송을 거부했다는 악의적인 기사가 나올까봐 잡힌 외래와 수술을 취소해 가면서도 (수술의뢰를) 다 받았었는데, 환자 결과가 안 좋다고 조사를 나오니 앞으로 이송을 받기 두렵다"고 덧붙였다.

B 전문의가 심정을 토로한 계기는 환자 A씨가 '5시간 뺑뺑이' 끝에 사망했다는 11일 한국경제의 보도였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26일 호흡곤란과 등·가슴 통증으로 오전 6시 20분 구급차에 실렸고, 부산의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종합병원에 6시 59분 도착해 대동맥박리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119는 대동맥박리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의뢰했고, 119 이송 '4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30분에 울산의 병원에 도착해 수술받았다.

B 전문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설명하고 수술을 시작했다"며 "수술 이후 환자는 의식이 깨고 심장 기능이 약간의 호전을 보였으나 수술 후 신부전, 수술 수일 후부터는 다발성장기기능부전 소견을 보였고 끝내 사망했다"고 돌이켰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가족의 안타까운 마음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해당 사례는 심각한 지연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대동맥박리를 놓친 것도 아니었고, 대동맥박리 진단까지 혈액검사, 심전도, X-ray, 흉부CT 등 아무리 빨라도 1~2시간 이상 걸리는데다 응급실 과밀화까지 감안하면 진단부터 수술까지 3시간 30분이 큰 지연이 아니란 것이다.

특히 "전공의 사직 사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회는 "대동맥박리 수술을 응급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며 "흉부외과 전공의는 이미 20년째 지원이 적어 전국적으로도 극소수이기에, 흉부외과는 전공의에 의존하지 않고 진료·수술을 한 지 꽤 됐다"고 설명했다.

B 전문의도 "부산에서 진단 후 저희 병원에서 수술 시작까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골든타임 내 수술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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