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관행적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황당하다" 비판
보건복지부 "전공의 사직과 관계없다…자료가 미흡" 해명
사직 전공의의 미국 의사 진출 길이 실제로 막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미국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필수적인 '추천서'를 발급하지 않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절차를 돌연 엄격하게 평가 하듯이 적용하고 있다며 전공의 사직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권력을 남용해 국민을 상대로 깡패짓을 하고 있다"라며 강도높은 비판도 나왔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비자 발급에 필요한 추천서(Statement of Need) 발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8일 이후 추천서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국내 의사 약 20명이 추천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라는 현 상황과 무관한데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자 발급에 차질을 빚게 된 의대 졸업생들은 주한미국대사관 등에 보낼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이 개인 SNS에 공유하면서 일파만파 퍼졌다. 임 당선인은 추천서 무발급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관행적으로 처리하던 추천서 발급에 돌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전공의 사직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의료 해외진출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한 의료계 인사는 "추천서는 사실 신청만 하면 발급하는, 일종의 관행이었다"라며 "행정적인 절차로 거쳐야 하는 단계로 신청인이 의료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도만 판단하면 되는데 자기소개서 등 구체적인 서류까지 들여다보며 추천서 발급을 하지 않으니 당황스럽다"고 귀띔했다.
즉, 적어도 올해 2월, 나아가 전공의들의 사직 전까지만해도 미국 의사가 되기위한 보건복지부의 추천서 발급은 행정절차 중 하나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전공의가 사직으로 면허정지 처분까지 받으면 미국 의사 관련 추천서를 써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터라 그 의심은 더 커졌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내부 규정을 보면 해외 수련 추천서 발급지침에 행정처분 대상자는 제외토록 규정 하고 있다"라며 "전공의들이 만약에 근무지 이탈로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이력이 남아서 추천서 발급이 어렵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이 막힐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 행정처분을 실제로 받은 전공의는 없는데 보건복지부는 추천서 발급을 미루고 있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추천서 발급 신청이 들어와 관련 서류를 검토했더니 내용이 부실해 보완 요청을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느라 발급이 미뤄지는 것이라고 17일 해명했다.
"미국 의사 관련 추천서 발급 문제는 전공의 사직 상황과 전혀 관계 없다"라고도 선을 그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추천서를 요청할 때는 미국에서 수련 후 국내(한국) 의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쓰는데 수련을 마친 후 우리나라에 오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자기소개서가 단 3줄에 그칠 정도로 (서류가) 미흡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천서 발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건복지부가 의무적으로 써줄 이유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고 서류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