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복지부·교육부 장·차관 공수처에 '직무유기' 고발
"정부, 사법 통제받지 않겠다 오만 태도…삼권분립 실현 보여달라" 호소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결정 배경이 된 회의체의 회의록이 있다고 자신했지만,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며칠 사이 회의록 유무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정부 행태를 봤을 때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근영 전공의는 7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찾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접수했다. 정 전공의와 함께 공수처를 찾은 5명의 의대생은 '조선시대에도 실록은 남겼다', '근거 없음 자인한 복지부 석고대죄 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다.
고발자에 이름을 올린 정근영 전공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 속에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고 의료혼란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만 늘고 있다"라며 "일하던 병원 전공의들도 존경하는 선배의사이자 동료 의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너무나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 2000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다. 회의록이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라며 "진정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법부를 향해서도 "정부는 사법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만약 재판부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정부가 제출하지 않는다면 인용판결을 내림으로써 삼권분립의 정신과 정의를 실현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2000명의 근거와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최초로 2000명을 결정한 회의자료 ▲40개 의대에 정원을 배분한 구체적인 회의 자료 ▲로스쿨 인가 때 현장실사와 비교한 현장실사 내용 등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회의록' 존재에 대해 갈지자 답변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의대정원 결정 관련 논의체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이 없다고 했는데, 불과 이틀 사이에 회의록이 있으며,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한 것이다.
전공의 측 법률 대리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입장이 매일 달라지고 있다"라며 "보정심 회의록이 처음에는 없다고 했고, 그다음에는 녹취가 있으니 녹취록을 만들어서 내겠다고 했다가 7일 회의록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라며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 있는데 말이 자주 바뀌는 것인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도 꼭 작성해야 하는데 없다고 하다가 말을 바꿨다"라며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으면 직무유기이고 만들었는데 은닉을 시도했다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회의록에 손을 댔는지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