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련 국가 책임제 공언…"대국민 설득 위한 명분 만들어야"
"수면아래 단일대오 유지 전공의들 미래 이야기 스스로 할 때"
전공의 수련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뒤따르는 문제인 국가의 '재정' 지원. 26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우리나라 수련제도의 문제점 및 개편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어김없이 국가의 재정적 지원 필요성이 등장했다.
발표자부터 토론자까지 수련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국가의 과감한 '재정적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고, 대한의학회는 1조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범 의학회 수련교육이사(연세의대)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을 하면서 시간 단축 이후 발생하는 근무 공백, 추가 인력 투입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며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며 수련까지 해야 하는 지도전문의에 대한 보상도 현재 없다"라고 재정 투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수련 국가책임제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 박 이사에 따르면, 대한의학회에는 인턴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TF를 만들어 1~2주마다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전공의 수련을 위해 1조2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박 이사는 "미국은 전공의 수련에만 6조원을 쓰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미국 규모의 6분의 1에서 7분의 1 정도는 직접비로 써야 한다. 올해 보건복지부 한 해 예산은 122조원이었는데 1조원을 수련에 투입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건국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지 6년이 됐다는 한 참석자도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이야기했다.
그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력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돈을 국가는 외면하고 있다"라며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을 정부가 전혀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인력을 확대하는 정책만 무책임하게 추진하고 있다. 키포인트는 재정"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이면서도 의업이 아닌 '기자'의 일을 하고 있는 김철중 조선일보 기자는 국가 지원을 주장하기 전에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고려의대를 졸업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이다.
김 기자는 "국가 지원이 중요하고 필요한데 명분을 만들기가 간단치 않다"라며 "해외 사례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영국은 의료서비스 자체가 국가지원 시스템이고 미국도 연방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서만 지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법연수원 폐지 사례를 꺼내 들며 "국가가 지원을 해도 수련이 끝나면 개원을 할 텐데 재정 지원이 왜 필요하냐는 국민 저항이 생길 수 있다"라며 "기초의학을 한다든지, 환자 안전을 위해 좋은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든지 하는 명분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강행 발표 후 병원을 떠나 두문불출하고 있는 전공의를 향해서도 이제는 나와서 적극적으로 미래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할 때라는 소신 발언을 더했다.
김 기자는 "전공의들이 현재 7대 요구안을 내놓고 수면 아래에 있고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선의 선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와서 토론하고 의견을 이야기하며 최선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당장 신규 의사, 전문의가 없어지는데 이는 기존 의사들의 희소성이 올라가게 만드는 것이다"라며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의사 생활이 미뤄지는 것인데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최선의 의료환경을 만들고 최선의 의사가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