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자존심 지키려는 증원 고수, 혈세 단독 투입…의료계와 대화 의지 있나"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 인프라 확보에 5조원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대한의사협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의 의료를 살리는 것보다도 증원에 5조원을 쓰겠다는 정부와는 대화가 어렵다고 비판하면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10일 합동 브리핑에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해 지역·필수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장기 투입 계획인데도, 향후 증원 규모 재조정에 따른 투자 여부는 "그 때가서 잘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답하는 등 불확실성을 보였다.
의협은 이날 "의대 증원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규모의 예산안"이라며 "국민을 눈속임하려는 땜질식 지원"이라고 꼬집었다.
사립의대 교육환경 개선 자금융자(1782억원) 항목 등 국고와 무관한 대출금 항목이 포함돼 있고, 의대 졸업 후 내실 있는 전문의 수련을 위해 필요한 수련병원 지원 항목은 정작 누락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조 단위 혈세를 쓰려면 미래 효과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도록 사전에 면밀한 분석이 필수이며, 무엇보다 국민에게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짚고 "그러나 2000명 증원과 예산 5조원은 어떤 분석과 근거도, 사회적 합의와 국민 허락도 전무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예산이 있다면)예산은 의료사태의 근원인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지역의료를 살리는 데 써야한다"며 "증원이 아닌 현 의료소생에 쓴다면, 의사가 양성되는 동안 장기간 기다릴 필요없이 당장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의협은 정부를 향해 "뱉은 말을 회수할 수 없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혈세를 독단적으로 투입하려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한 채 땜질식 처방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격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화하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의협은 이번 예산 발표를 "정부가 협의체에 의지가 없고 대통령실의 재검토 발언 또한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
또 협의체와 관련해 "2025학년도를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고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도 증원부터 과학적으로 추계해 투명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부는 이런 의료계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이 대통령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과연 의료계와 대화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