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료지침, 무증상 환자 전이 검사 미권장…검사 줄이고 맞춤형 추적 관리 필요
문형곤·천종호 교수팀·유방암학회 생존자연구회 [Annals of Surgical Oncology] 발표
유방암 치료 후 빈번한 검사는 전이를 조기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생존율 향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맞춤형 추적 관리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다.
문형곤(서울대병원)·천종호(서울시 보라매병원) 교수팀은 한국유방암학회 생존자연구회와 함께 2010∼2011년 국내 11개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4130명의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원격 전이 검사 빈도와 생존율 간의 관계를 분석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 결과를 미국종양외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nnals of Surgical Onc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유방암 환자 수는 2만 8720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1만 6803명) 보다 71% 증가했다. 전체 여성암 환자의 21.5%를 차지, 갑상선암(19.8%)을 제쳤다.
사망률은 다른 암종에 비해 비교적 낮지만, 유병률이 높아 치료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원격 전이 검사는 암이 원래 발생한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나 조직(뼈·폐·간 등)으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 주로 CT·MRI·PET-CT·뼈 스캔 등 영상 검사 방법을 사용한다. 국제 유방암 진료지침에는 무증상 유방암 환자에게 정기적인 원격 전이 검사를 권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재발 우려와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빈번하게 검사를 받는 실정이다.
공동 연구팀은 전체 환자들의 원격 전이 검사 빈도의 중앙값을 기준으로 ▲고빈도 검사군 ▲저빈도 검사군으로 나눠 9년 2개월 동안 추적 관찰하면서 생존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7.3%인 301명에서 원격 전이가 발생했다. 고빈도 검사군이 저빈도 검사군에 비해 전이를 더 빨리 발견, 높은 조기 발견율을 보였다. 특히 뼈·폐·간 전이에서 고빈도 검사가 조기 발견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 연구팀은 예후가 나쁜 환자들이 더 자주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방암 특이 생존율(Breast Cancer-Specific Survival, BCSS)을 분석한 결과, 고빈도 검사군 생존율이 저빈도 검사군보다 낮아 검사 빈도가 생존율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연구에서 유방암 병기 등 다양한 임상 요인을 보정한 다변수 분석과 성향점수 매칭 분석에서도 고빈도 검사가 생존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연구팀은 "빈번한 영상 검사가 폐와 뼈 전이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유용했으나, 생존율 향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중요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현조 전북의대 교수(전북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겸 한국유방암학회 생존자연구회장은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빈번한 원격 전이 검사를 시행할 필요는 없다"면서 "환자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형곤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환자들이 일차 치료 이후 원격 전이 검사를 시행하는데 있어 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천종호 서울의대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외과)는 "이번 연구는 2010년에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분석이기 때문에, 최신 진단 기술과 치료법의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면서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원하는 2022년도 한국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