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교수사회 "스승으로서 내린 정의롭고 정당한 결정"
교육부 향해서는 "강압적 방법으로 대학 길들이기 중단하라"
서울의대가 의대생의 휴학 신청을 인정하자 정부가 즉각 '현지감사'로 압박하면서 의료계가 분노하고 있다. 서울의대를 시작으로 다른 의대도 휴학 신청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2일 연석회의를 가진 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서울의대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라며 "교육부의 부당한 현장감사, 엄중 문책 방침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의대는 지난달 30일 의대생의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교육부는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현지감사를 예고, 휴학 승인 사실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서울의대에 들이닥쳤다. 현지 감사를 이유로 10여명의 교육부 공무원이 서울의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학 인정 한목소리 "대학 자율권 보장하라"
의료계는 일찌감치 휴학 인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며, 서울의대의 결정에도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KAMC는 최근 교육부에 휴학 승인을 공식 건의하기도 한 상황.
KAMC는 지난 8월 2일 이후 2개월 동안 교육부와 휴학 허용 및 의대교육 정상화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휴학 허용 요청 공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10월 현재 의학교육의 질 저하 없는 탄력적 학사 운영에 한계가 있고 ▲학생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학습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휴학계 미승인에 따른 집단 유습 사태 및 법적 소송 사전에 방지를 위해서는 대학 자율에 따라 휴학 허용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KAMC는 "서울의대 결정은 정사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고 대학 자율성에 입각한 정당한 절차 과정"이라며 "의대생이 학업의 자리로 복귀하고 학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도 같은 날 서울의대 학장의 휴학 승인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며 "학장의 조치는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전체의 뜻을 대신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며 "교육부는 무슨 권리로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의 성명서에는 국민 1497명도 여기에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과 학계, 교수 사회는 "서울의대가 뒤늦게나마 휴학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정부의 휴학 승인 불허 종용과 압박에 굴하지 않고 스승으로서 제자의 정상적인 학습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해 내린 정의롭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지지의 뜻을 전했다.
학생의 자유의사에 의한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교육받지 않은 학생을 진급시키는 것은 대학 본연의 책무가 아니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KAMC에 따르면, 40개 의대 중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은 서울의대가 유일하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서울의대 결정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대학의 자율 결정이라는 점을 짚으며 "교육부는 감사를 중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처를 해주길 간곡하게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교육부 향해 '탄압' 비판 "비교육, 반교육 행태 납득 못해"
서울의대의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즉각 감사 등 행정조치를 예고하면서 정부가 먼저 갈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 같은 교육부의 행태를 '탄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덩달아 3일 오후 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릴 전국 의대교수들의 결의대회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교육부는 마땅히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수, 학장의 노력을 지지하고 뒷받침해야 한다"라며 "교육부는 더 이상 의료 농단, 교육 농단과 탄압을 멈추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가치를 수호하고 학생의 수업권, 국민의 건강권,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회도 공식적으로 서울의대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서울의대 교수회는 "교육부는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도 진급을 허용하겠다는 비교육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라며 "나아가 의대의 휴학 승인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의과대학 감사라는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미 정상화가 불가능해진 교과 과정을 일 년 미뤄서라도 제대로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을 정치적이라고 폄훼해서도 안되고 그들에게 비정상적이고 부실한 교육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라며 "정부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전국 대학의 교수회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서도 "국민만 바라보고 아무런 조건 없이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 공식적인 협의를 속히 시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나아가 "의정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올바른 유청소년 및 고등 교육을 위한 혁신 방안을 전국대학 교수회와 올해 안에 공동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의협과 교수 사회는 "교육부는 각 대학이 양질의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부처이지 날림과 졸속, 엉터리 부실 교육을 하도록 강요하는 부처가 아니다"라며 "상식을 따른 의대에게 엄정 대응을 한다는 비교육, 반교육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의교협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행위, 교육 파괴 난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며 "다른 39개 의대의 학장, 총장도 학생의 피해를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 폭압에 맞서 이제 결단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