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지난 2022년 여성 낙태 자기결정권 판결 뒤집어
국내서도 낙태 처벌 조항 '헌법불합치'…대안 입법 마련 아직
의협, 36주차 낙태 영상 사회적 논란에 "국회·정부 책임질 문제"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후보자들 간 낙태권에 대한 공방이 쟁점으로 다뤄지자 현재 회색지대에 놓인 국내 상황도 재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만삭 임산부가 낙태 시술을 받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의료계는 국회와 정부에 입법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5일 대통령 선거를 진행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의 60번째 대통령 선거이자 제4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
주요 후보로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 등으로 꼽히는 가운데 미국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 각각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을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이중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후보자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젠더'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두 후보자간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낙태권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번 대선일에 맞춰 애리조나 등 경합주를 포함한 열 곳의 주에서 낙태권 보장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지난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임명했던 대법관 3명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해리스 후보는 '로 대 웨이드 사건'을 언급하며 '낙태권 대 반낙태권'구도를 강조,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현재까지 대안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 여성이 지난 6월 말 만삭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 36주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브이로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해당 여성과 의사를 살인 혐의로 입건, 현재까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에 대안 입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지난 8월 낙태법과 관련해 "의료계가 수년동안 해온 요구를 외면해 온 정부와 국회가 책임져야할 문제다"라며 "36주 낙태 사건은 정부와 국회에서 대체 입법을 하지 않아 생긴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가 입법 마련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의료계는 자체적으로 낙태를 시행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선별적 낙태 거부를 시행할 것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마련한 기준은 ▲임신 10주+0주 미만에서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할 것 ▲임신 10주+0주부터 22주+0주 미만에는 태아의 발달정도와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신중한 결정을 할 수있도록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갖도록 한 후 시행할 것 ▲22주+0주부터는 임신중절수술에 응하지 않으며, 의학적 사유로 인해 임신 중단이 필요한 경우 조산으로 간주, 임산부와 태아에 대해 적합한 의학적 처치를 하는 것 등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