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골수 검사 '무죄' 대법원, '숙련도'만 있으면 된다?

간호사 골수 검사 '무죄' 대법원, '숙련도'만 있으면 된다?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12.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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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변론서 일부 의료계 "1주일이면 골수 검사 숙련도 생겨"
병의협 "수술도 숙련도 따질 건가?…의료 파괴현상 생길 것"

ⓒ의협신문
ⓒ의협신문

전문간호사가 시행하는 골수 검사를 무죄로 본 대법원의 판단이 의료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준 가운데, 이번 선고의 배경이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숙련도'에 더 무게를 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12일 제1호법정에서 의료법 위반 사건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 업무를 위임,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사건의 쟁점은 의료행위인 '골수 검사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의 업무 범위 및 그 위임의 정도' 다. 

1심 재판부에서는 '무죄'를, 2심 재판부에서는 '유죄'를 각각 판결했지만,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를 판단한 2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

이번 선고의 배경을 두고 대법원이 지난 10월 이례적으로 시행한 공개변론에서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공개변론에는 유죄를 주장하는 검찰 측 2명과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측 3명 등 총 5명의 의료전문가가 참석,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는 면허 범위를 넘어선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주장과 해당 행위의 위험도와 숙련도 등을 고려해 전문간호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를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으로 대립했다. 

당시 변호인 측은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경력과 국가고시 등 10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 "골수 검사 내용 역시 전문간호사 교육에 포함된 내용이다.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가 의료법 위반이라면 현행 교육은 의료법 위반행위를 교육하고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변호인 측으로 참석한 의료전문가 3인 역시 전문간호사가 가지고 있는 '숙련도'에 집중했다.

윤성수 교수(서울의대, 내과)는 1주일이면 골수 검사를 위한 숙련도가 생긴다는 점과 골수 검사를 시행하는데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부작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골수 검사는 '의사가 해야한다, 간호사가 해야한다'가 아닌 숙련도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며 "복잡하지 않아 의사의 관리·감독도 필요없다"고 말했다.

배성화 교수(대구가톨릭의대,혈액종양내과) 역시 골수 검사 자체가 전문적 지식과 판단이 필요없다는 점을 짚으며 "누구나 쉽게 주사 부위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마다 다르게 대응한다던지 등의 판단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경미 주심 대법관은 공개변론 말미에 "골수 검사는 인체 동일하게 퍼져있는 골수라는 대상의 범용성과 주사 부위가 가지는 안정성 때문에 단순 반복이 가능한 독특한 영역"이라며 "메뉴얼과 프로토콜에 의해서 시행이 가능하며 숙달되는 것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의료행위를 '숙련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입장문 발표를 통해 "전문간호사라 할지라도 한 분야에 특정된 '간호사 자격'을 부여받았을 뿐,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본질적으로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부위의 안정성, 단순 숙달 등을 이유로 면허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순 숙달되는 것에 의해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간호사뿐만이 아닌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 또한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적용 가능한 논리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같은날 성명서를 통해 "변호인 측 주단이 합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수술도 숙련도가 중요하니 숙련된 PA나 기구상이 해도 합법이 돼야 하고,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에 의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피부나 피하에 놓는 국소마취 주사는 모두 간호사가 하고 봉합해도 된다는 말"이라며 "이런 말도 안되는 의료 파괴 현상이 진정 대법원이 바라는 결과인가?"라고 반문했다. 

미래의료포럼 역시 공개변론이 진행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숙련도'가 중요하다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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