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8일 전문간호사 업무법위 관련 공개변론 개최
간호사가 골수 검사까지?…대법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공개변론
대법원에서 전문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전 진행한 공개변론에서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는 면허 범위를 넘어선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주장과 해당 행위의 위험도와 복잡성, 환자의 편의 등을 고려해 전문간호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를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립한 것.
대법원은 8일 오후 2시 제1호법정에서 의료법 위반 사건을 두고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공개변론에서는 의료전문가로 총 5명의 참고인(검찰 측 2명, 변호인 측 3명)이 출석,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 업무를 위임,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골막 천자는 바늘을 이용해 골막을 뚫고 골수를 흡인하거나 조직을 생검하는 침습적 의료행위다.
지난 2022년 8월 진행된 1심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는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해야만 하고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진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나 위임 아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진행된 원심 재판부에서는 1심의 결과를 뒤짚었다.
원심 재판부가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를 직접 수행한다면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하면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네번째로 이례적이다.
오경미 주심 대법관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이 사건이 가지는 중대성과 결정해야하는 법원이 의료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고 발전, 진화하고 있는 의료현실 속에서 전문가 의견을 들은 후 최종적으로 올바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공개변론 진행 배경을 설명했다.
공개변론 과정에서 검찰 측은 골수 검사의 특성상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라는 점을 언급 "전문적인 지식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 응급상황 등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고려해 반드시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절대적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가 의료법 상 간호사의 업무범위 내에서 이뤄져야한다는 점도 짚으며 "전문간호사 제도가 간호사가 하지 못하는 의료행위까지 하려는 취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골수 검사 전 의사가 동의서를 받는다는 점과 골수 검사를 위해 마취 과정을 거친다는 점, 골수 검사가 진단 행위라는 점 등을 언급,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진료과장(소아청소년과) 역시 "면허 범위와 자격에 대한 차이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며 "자격을 취득했다고 면허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하태헌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 업무 영역에 골수 검사를 넣은 점과 해외 선진국의 사례, 숙련된 인력이 골막 천자를 시행했을 때 환자의 만족도, 골막 천자 행위의 위험성이 낮은 점 등을 언급했다.
변호인 측은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경력과 국가고시 등 10년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골수 검사 내용 역시 전문간호사 교육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가 의료법 위반이라면 현행 교육은 의료법 위반행위를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변호인 측으로 출석한 윤성수 교수(서울대의대, 내과)는 "골수 검사를 시행하는데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부작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골수 검사는 의사가 해야한다, 간호사가 해야한다기보다 숙련도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해당 의료행위가 복잡하지 않아 의사의 관리 감독도 필요없다"고 말했다.
1주일이면 골수 검사를 위한 숙련도가 생긴다는 배경 설명도 함께 했다.
배성화 교수(대구가톨릭의대,혈액종양내과) 역시 "골수 검사 자체가 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전문적 지식과 판단이 필요없다"며 "누구나 쉽게 주사 부위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마다 다르게 대응한다던지, 판단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은 판단에 앞서 골수 검사가 가지는 특성과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등을 고민할 것이라 예고했다.
오경미 주심 대법관은 "골수 검사는 인체 동일하게 퍼져있는 골수라는 대상의 범용성과 주사 부위가 가지는 안정성 때문에 단순 반복이 가능한 독특한 영역"이라며 "메뉴얼과 프로토콜에 의해서 시행이 가능하며 숙달되는 것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숙달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도 발생한다. 주관적 영역인 숙련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간호사에게 허용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부작용이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귀속시켜야할지, 간호사에게 귀속시켜야할지 등 법적 책임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