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분노하는 젊은의사들 "돌아갈 이유 없다"
"PA 합법화 위해 여당이 야당에 굴복했다" 비판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그대로에 진료지원인력, 일명 PA를 인정하는 내용까지 더해졌다.
간호법 제정 소식에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은 특히 분노하고 있다. 의사인 전공의의 빈자리를 '간호사'라는 대체인력으로 채우려 한다는 인식이 젊은의사들에게 심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일말의 희망마저도 끊어버린 셈이다.
전공의들은 자신들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분노를 넘어 치가 떨린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여야가 소위원회를 열고 밤샘 협상을 한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전공의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야 이견이 커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힘든 쟁점들이 있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과 내용이 같았기 때문이다.
희망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밤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법안심사소위원회의 회의 시간은 짧았다. 이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라는 남아있던 3단계의 절차는 속전속결이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간호법안이 상임위 법제사법소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 직후 개인 SNS를 통해 "간호법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는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교도소, 노숙인 진료소, 응급실까지 필수의료 영역에서 진료했던 모든 순간을 후회한다는 절망 섞인 메시지도 전했다.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외과 사직 전공의는 "불과 4일 전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됐던 법안이 눈 깜짝할 새 국회를 통과했다"라며 "여당이 PA 합법화를 위해 야당에 사실상 굴복한 것이다. 이는 곧 정부 여당이 전공의를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 "의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전공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라가 우리를 버렸다"고 호소했다.
전공의들은 환자를 '버리고' 떠났다며 악마화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사직 전공의이기도 한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는 "여야가 간호법을 두가 밤샘 토론을 한다길래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렇게까지라도 한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도 되지 않아 회의가 끝났다길래 허탈했다"라며 "정부가 국민일 뿐인 전공의를 상대로 기싸움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도 "정부와 국회가 전공의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를 줬다. 간호사로 의료공백을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어떻게 전공의에게 돌아오라고 하겠나"라며 "오늘부로 (전공의가) 돌아올 가망이 사라졌다. 의정 논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