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참여 병원 160곳..."모두 지침 어겨"
조규홍 장관 "처음 안 사실…현장 의견 수렴해 시행령 만들 것"
전공의 대거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가 의사 승인 없는 약 처방을 하거나 전공의들이 하는 동맥관 삽입을 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A 법제화 내용을 담은 간호법 통과 이후, 의료 현장은 혼란을 더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간호법안은 PA 업무 범위나 자격, 교육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보건복지부에서 정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 참여한 115개 병원 간호사 중 78%에 달하는 90개 병원 간호사가 "지침을 어겼다"고 답했다. 약 처방에 있어서 의사 승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71곳, 61%로 절반이 넘었다.
간호사들의 답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하는 동맥관 삽입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대거 사직이 진행된 직후였던 3월 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서는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을 기준으로 간호사를 3단계로 구분, 업무범위 설정 및 의료기관의 교육·훈련 의무를 명시했다.
간호사의 업무 수행 기준은 대법원 판례로 정했는데,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와 함께 검사·진단·치료·투약 등에 대한 의료적 판단 자체는 의사의 고유 업무로 위임할 수 없도록 했다. 의사의 전문적 판단 이후 의사의 위임 또는 지도에 따른 행위에 한해 제한적으로 간호사가 수행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도 뒀다.
강선우 의원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 160곳 전체를 상대로, 정부 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했다"며 "115곳 병원 간호사들이 답변을 보내왔는데 단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모두 지침을 어기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26개 병원은 숙련도가 높은 전담 전문간호사만 맡도록 한 행위임에도, 일반 간호사에 해당 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강선우 의원은 "전공의들이 언제 복귀할지 기약이 없는 가운데 지금 간호사들은 의료 현장을 살 떨리면서 지키고 있다. 겁이 난다고 한다. 얼마나 심각한지 아시겠느냐"며 "자세한 계획을 종감 전까지 알려 달라"고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런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지침을 보완하겠다. 내년 7월 법 개정을 하기 전에 시행령을 만들고, 안을 빨리 만들도록 하겠다. 현장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