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게 행복을 묻다

뇌에게 행복을 묻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09.02.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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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 허튼&루이스 R. 카플란 지음/이희원 옮김/허원미디어 펴냄/1만 2000원

그녀의 직업은 간호사. 나이 마흔 셋. 열아홉·열세살짜리 딸과 열다섯 된 아들을 둔 세 아이의 엄마이다. 1992년 7월 9일 그녀에게 뇌졸중이 찾아왔다.

그로부터 10년. 잊혀져 가는 자신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결국 그녀를 뇌졸중에서 벗어나게 한다
<뇌에게 행복을 묻다>는 뇌졸중을 이겨낸 간호사(클레오 허튼)와 그를 곁에서 지켜본 의사(루이스 R. 카플란)의 공동 기록이다.

클레오 허튼은 뇌졸중이 시작된 이후 모든 것을 적기 시작한다. 그러나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글자를 생각해내지 못한채 고통스러워하다가 단어 하나를 겨우 기억해내서 문장에 찾아 넣을 때도 있었다. 글 쓰는 법을 기억해 내려고 한 글자씩 어렵게 그리다시피 한 후 문장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이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면서 몇개의 단어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생각을 말로 옮기고 그것을 녹음해 반복해서 들으면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허튼이 뇌졸중으로부터 회복되어 가는 매일매일의 과정을 환자의 입장에서 혹은 간호사의 입장에서 말한다. 육체적인 고통속에서도 하루하루 빠짐없이 써내려간 흔적에는 그녀의 실패와 뒷걸음질, 좌절과 눈물이 담겨있다. 뇌졸중이 오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다. 환자로서 살아가면서 배우게 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상처 받은 인생이 거칠게 살아온 한 시기를 진솔하게 전하면서 다른 환자에게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북돋아준다.

허튼의 투병기록은 루이스 카플란 하버드의대 교수의 손길을 거치면서 경험적 상황에 의학적인 소견이 덧입혀져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해 상세하게 알려주고 뇌졸중의 증상과 관련된 질환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뇌졸중이 무엇이고 원인과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경험과 의학적인 설명이 어우러진다.

뇌졸중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가족과 직장,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책 속 클레오와 그의 삶에 등장하는 사람과 사건 속에는 많은 의미가 녹아있다. 그가 경험한 다양한 의학적 문제는 단순히 투병과 극복이라는 주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갈지에 대한 생각도 남겨준다.

이 책을 옮긴 이희원은 서울의대 재학시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가 수년간의 재활훈련을 거쳐 대학을 졸업한 후 연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춘천소년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청소년과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02-766-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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