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취임식, "무거운 책임...결연한 의지 뿐"
윤창겸 상근부회장 등 신임 집행진 발표
노환규 제 37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일 시무식을 갖고 본격적인 회무에 들어갔다. 노 회장은 '의사가 존중 받는 환경 구현'과 '의료의 가치 회복'을 앞으로 임기동안 추구할 목표로 꼽았다.
이날 오전 9시 의협 동아홀에서 열린 신임 집행진 및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무식에서 노 회장은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명예를 안게 되었지만 기쁜 마음은 조금도 없다"며 "가늠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에 오직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굳은 마음만 있을 뿐"이라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취임사 전문 기사 하단>.
사회의 존중을 받아야 할 의사들이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로 인해 교과서적인 진료를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편법·불법진료를 동원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의료개혁의 대장정에 나서는 의협 수장의 번민과 각오의 표출이다.
노 회장은 왜곡된 의료현실을 개선하는 출발점은 의사사회의 뼈아픈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모든 비극적인 의료현실의 가장 큰 책임자는 정부도, 국민도 아닌 바로 우리 의사들 자신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의료제도가 의사의 권리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도록 방치하고 근원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해 해결하지 않고 회피해 왔던 의사들, 경제적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의료의 왜곡은 나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해왔던 의사들의 바로 우리들의 지난 날의 모습이며 비극적인 의료현실을 초래한 가장 큰 책임자"라고 말했다.
의사 개개인이 갖고 있는 무관심과 방관자적 모습, 패배주의에 대한 철저한 자기 비판과 반성이 없이는 정부의 의료 획일주의와 왜곡된 평등주의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신임 의협 집행부의 사명과 목표를 '의사가 존중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 '의료의 본질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 두 가지로 축약하고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사들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은 "오늘 우리가 침묵한다면 미래는 여전히 캄캄할 것이고 후배의사들과 많은 국민들은 잘못된 의료제도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이제 뒷걸음질을 멈추고 의사가 의사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자. 이를 위해 맨 앞에서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 취임사 |
저는 100년이 넘는 대한의사협회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에 취임하였습니다.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명예를 안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은 조금도 없고 가늠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에 오직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굳은 마음만 있을 뿐입니다. 의약분업 10년만에 건강보험공단은 재정이 파탄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며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싸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원가 이하의 강제된 진료수가제도로 인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전문분야를 포기하거나 편법이나 불법진료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지 오래입니다. 이에 따라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할 의사의 신분이,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되어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르는 소위 ‘교도소의 담벼락을 걷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 외면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비극적인 의료현실의 가장 큰 책임자는 정부도, 국민도 아닌 바로 우리 의사들 자신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값싼 의료비로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기를 원하는 정부, 그리고 값싼 의료비로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국민,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의료제도에 무관심하여 의료제도가 의사의 권리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도록 방치했던 의사들, 근원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여 왔던 의사들,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도 죄인데 내탓은 인정하지 않고 남탓을 하며 상대만 비난해왔던 의사들, 용기 있게 나서지 못하고 말로만 떠들며 행동하지 않았던 의사들, 경제적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의료의 왜곡은 나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해왔던 의사들, 그 의사들의 바로 우리들의 지난 날의 모습이며 비극적인 의료현실을 초래한 가장 큰 책임자입니다. 바로 이 사실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 후에 ‘학문적으로 입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한다’는 의사윤리강령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침에 따라 진료해야 하는 잘못된 상황, ‘요양기관당연지정제’라는 굴레로 인하여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를 강제 당하고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리고 보건소의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 의료는 공공재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의 세금이 아니라 의사들의 민간 자본을 이용하고 있는 정부의 횡포 등 잘못된 제도들을 하나씩 바꾸어가는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숭고한 의업에 종사하는 의사는 반드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하며, 자긍심을 갖고 진료에 임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사가 존중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의료의 본질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 이 두가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사들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명이자 제37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고 의료 정의(正義)를 세우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우리들은 잘못된 제도에 맞서 싸우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비겁한 선택을 해왔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지난 날 우리들의 선택의 결과이듯이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의료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오늘 우리가 침묵한다면, 미래는 여전히 캄캄할 것이고 후배의사들과 많은 국민들은 잘못된 의료제도의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해냅시다. 이제 뒷걸음질을 멈추고 의사가 의사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줍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사명이자 제37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사명입니다. 저는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해 맨 앞에서 뛰겠습니다. 단 한 사람도 빠짐 없이 함께 노력합시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입니다.
201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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