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양보해서 분쟁소지가 있는 사안이더라도 민법상 자력구제나 형법상 자구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자신의 권리나 억울함을 스스로 해결하려다 보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곳보다 법질서가 확립돼야 할 진료실에서 자행되는 폭력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을까. 2월 19~20일 진행된 이번 닥터서베이에는 의사회원 442명이 참여했다.
진료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횡행하고 있을까. 응답자의 대부분(63.1%)이 의사·간호사·직원에 대한 폭행이나 기물파괴 등의 진료실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직접적인 폭력행위는 없었지만 폭언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없는 위협적인 상황은 거의 모든 응답자(95.0%)가 겪은 것으로 밝혀져 진료실 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의료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가 '반드시 필요하다'(88.9%)고 응답해 의료현장에서 체감하는 폭력행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했고, '필요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10.2%)는 의견에는 실제 폭력행위가 눈앞에서 벌어져도 사법당국에 의해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
개정안에 명시된 처벌 수위인 '5년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대해서는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더 강화해야 한다'(55.2%)고 답했고, '적정하다'(40.5%)는 의견이 뒤를 이어 응답자 대부분은 처벌 규정 강화 및 입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일반 폭력사범에 준해서 처벌하면 된다'(2.9%)와 '지나치다'(1.4%)는 의견은 미미했다. 법 개정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으로는 '진료방해 행위 규정'(83.7%)를 제일과제로 꼽았고, '처벌수위'(15.8%)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료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의사들은 법·제도적 장치 마련에 생각을 모았다. 폭력 근절을 위해 '관련 규정 및 법안 강화'(69.5%)를 첫번째로 꼽았고, 'CCTV·방호공간 설치 등 물리적 자구책 마련'(21.7%)에도 상당수가 답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야하는 씁쓸한 현실을 노정했다. 적은 수이지만 '진료실 폭력에 대한 위험성 대국민 홍보'(6.1%)와 '의료진 교육'(2.7%)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타의견으로는 '개원을 망설이는 큰 이유가 의료적인 부분이 아닌 진료실 안전 때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슬프다'(eryn****)·'다른 환자의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yes***)·'법안을 강화해 처벌수위를 높여도 현장에서 실제 적용이 안되는 게 문제다'(bein***)·'진료실 폭력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야 한다'(zigp***)·'마약을 요구하는 마약사범에 대한 관리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의 폭력은 일반인과 다르다'(gsm***)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