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0∼20년 후 미래가 지금 결정된다면…

특집 10∼20년 후 미래가 지금 결정된다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3.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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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의료정책' 성공하려면 '이것부터'
④ MB정부 때 실종된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해야

송성철(의협신문 취재팀 부장)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박근혜정부가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출발하는 새 정부의 국정 목표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지고, 국민 각자가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를 다시 일으켜서 국민의 삶을 넉넉하게 하고(경제부흥), 촘촘한 복지와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으로 국민의 삶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며(국민행복), 소중한 문화와 정신적 자산을 융성시켜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선물하겠다(문화융성)"고 강조했다.

5대 국정목표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맞춤형 고용 복지·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안정과 통합의 사회·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제시하고, 신뢰받는 깨끗한 정부를 통해 추진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5대 국정목표 가운데 보건의료와 관련이 있는 분야가 '맞춤형 고용·복지'·'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이며, 이를 뒷받침 수 있는 140대 국정과제에 의료보장성 강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건강의 질을 높이는 보건의료서비스체계 구축·국민 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개편·서비스산업 전략적 육성 기반 구축·고부가 가치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행복한 임신과 출산 등이 포함돼 있다.

140대 국정과제 가운데 보건의료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강의 질을 높이는 보건의료체계 구축' 방안에는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 의료서비스 체계를 예방에서 임종까지 수요자 관점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예방·건강관리·의료공급체계 효율화(동네의원-병원-대형병원간 기능재정립, 만성질환자 및 만성질환 위험군에 대해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1차의료 활성화·응급의료·공공의료·노인의료·인프라(의료인력·병상 등 의료자원의 합리적 수급 관리 도모, 고령화 등 미래환경에 맞는 의료인력 양성시스템 개편) 등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료보장성 강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4대 중증질환 급여화·본인부담 상한제 개선·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수가 및 지불제도 개선·국가치매관리체계 확립 등이 담겨있다.

선거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복지만 강조하고, 보건의료와 관련해서는 4대 중증질환 급여화 외에 보건의료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는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40대 국정과제 발표를 계기로 어느정도 오해가 풀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새정부 출범 5년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순탄치 않다는데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환경 속에 저성장·양극화 등이 국정 운신의 폭을 좁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이라는 악재를 딪고, 향후 박근혜정부 5년 동안의 보건의료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보다 촘촘하게 제도를 설계하고, 예산을 적절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보건의료정책의 패러다임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일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심뇌혈관질환·암·당뇨·만성호흡기질환을 포함하는 질병군을 총칭하는 비감염성만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 NCD)은 전체 사망원인의 82%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NCD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위험인자인 고혈압과 흡연을 줄이기 위한 예방 정책과 국가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이제는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시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질병이 이미 발생하고 치료하는 것보다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나 의료재정 관리에 있어 모두 유리함에도 아직 우리나라는 예방보다는 치료에만 중점을 두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UN총회의 결의에 따라 NCD에 관한 중장기적이고, 통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정책에 반영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seho3@kma.org

새정부 출범 5년 동안의 청사진을 세우는 원년인 올해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은 박근혜정부의 보건의료 발전과 국민의 보건 및 복지 증진 계획을 담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보건의료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보건의료기본법'의 입법정신을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이후 매 5년 마다 수립·시행해야 하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역대 정권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2003년 참여정부 당시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을 수립한 적은 있다. 노무현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담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은 정부부처 협의와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까지 논의가 진행됐으나,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투입 등에 관한 이견으로 최종 계획(안) 발표단계에서 무산됐다.

2010년에는 보건의료기본법을 개정,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소속을 국무총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하함으로써 위원회의 위상마저 한 단계 강등되고 말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은 지난해 7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보건의료기본법상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지만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이후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단 한 차례도 수립된 적이 없다"며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룰 중요한 계획임에도 그동안 미수립되다 보니 지자체에서도 지역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성주 의원은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법적 의무인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는 12년째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에는 계획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작 계획은 찾아볼 수 없는데 대해 한 여당 의원도 "정부는 국가전략산업 중 하나로 보건의료산업을 꼽고 있는 만큼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행정당국의 무신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1997년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의료개혁위원회는 의료제도 및 구조상의 비효율과 불합리를 제거하고, 국민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료제도의 기본틀을 재정립하겠다며 '의료부문의 선진화를 위한 의료정책과제' 보고서를 펴내는가 하면 1998년 국민의 정부 당시 '보건의료 효율화 및 선진화 정책기획단'은 '보건의료 선진화 정책보고서'를 통해 국가가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보건문제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보건의료 선진화 정책보고서에 담겨 있던 의약분업 계획은 2000년 의약분업과 의료대란 사태를 촉발하는 원인을 제공키도 했다.

보건의료 선진화 정책보고서에서 제시한 수가차등제·단골의사제·의약분업·중소병원 기능 전환·공공보건의료체계 정비·방문보건사업 등은 참여정부 보건의료발전계획(2004년)으로 계승되고, 보완되면서 현재의 보건의료정책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출발해 참여정부에서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안을 담은 평생국민건강관리체계 구축·보건의료서비스 보장성 강화·보건의료서비스 질 제고 및 비용효과적 서비스 제공·보건의료산업 경쟁력 제고·보건의료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 등은 집권 5년 동안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MB 실용정부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하루 빨리 보건의료정책심의원회를 구성,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국정목표와 140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근혜정부 5년 동안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담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우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 정책은 1년 단위의 단기적인 보건복지부 업무 계획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건의료정책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출발은 현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고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63년 제정한 의료보험법에 의거, 1977년 근로자 5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직장의료보험에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 18대 대통령에게는 36년 전 부친에 의해 시작한 의료보험제도를 잘 다듬어 후대에까지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중장기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관련 부처는 물론 범정부적인 협조와 역할이 필요할 만큼 보다 큰 틀의 계획과 실행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소한 5년 앞을 내다보고 10∼20년이라는 중장기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감안해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1차적인 책임은 오롯이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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