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 IT기반-의원중심 만성질환제 새 모형 제안
"보건소 진료정보 제공 등 독소조항 반드시 제거해야"
정부가 만성질환관리제도 개편방안을 본격 논의키로 한 가운데, 의협이 제도 개선을 위한 새 모형을 제시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선안의 핵심은 기존 만성질환관리제도의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는데 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13일 의협 홈페이지(www.kma.org)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만성질환관리 모형'을 제안했다.
노 회장은 국내에서 만성질환관리가 실패한 이유를 3가지로 찾았다.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ROI 자료의 부재로 실효성 있는 만성질환관리 모형 개발에 실패한 것이 첫번째 이유이며, 둘째는 보건소가 질병관리의 중재자로 등장한 점, 셋째는 기관의 선택·등록절차를 만들어 주치의제 전단계라는 우려를 낳은 점이다.
노 회장은 특히 보건소 질병관리 문제를 거론하며 "낮은 본인부담금으로 민간의료기관과 불공정 경쟁관계에 있는 보건소를 건강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 즉 질병관리 중재자로 결정함으로써 환자이탈을 우려한 민간의료기관의 저항과 불참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케어 메니져 역할을 감당할 마땅한 주체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미국에서는 질병관리기업이 케어 메니져의 역할을 담당하나) 우리나라는 이 같은 기업이 부재한 상황이며, 보건소는 진료기능을 놓고 민간의료기관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 국민건강보험은 신뢰의 문제 등으로 (서비스의 주체가 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노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의 모형을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새로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형은 IT를 기반으로 한 의원 중심 만성질환관리서비스.
의협이 개발한 질병교육 컨텐츠를 공동으로 활용해 의원급에서 질병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며, 전자차트와 연동된 CRM(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을 이용해 체계적인 리마인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원 홈페이지를 활용해 환자에 건강정보 누적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게 골자다.
기존 제도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보건소 참여'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는게 노 회장의 구상이다.
실제 노환규 회장은 13일 건정심 직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동네의원이 진료한 환자데이터를 보건소에 넘기고 보건소가 환자에게 건강지원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행태"를 현행 만성질환관리제도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으면서, 이 같은 독소조항이 제거돼 국민이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동네의원이 주도할 수 있는 모델이 돼야 만성질환관리제 수용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회장은 더불어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만성질환 표준치료 지침 및 관리 프로토콜 연구, 만성질환 시범사업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관련 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노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제도의 새 판이 짜여진다면 만성질환자의 건강도 향상, 의원 외래방문 증가 및 검사 증가(표준치료에 근접)-병원 입원 횟수 및 기간 감소에 따른 병의원 불균형 해소, 장단기적인 의료비 절감 효과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